가을에
어머니 몸에서 나던
들깨 냄새

들깻단 머리에 이고 오던
들깨꽃 같은 보랏빛 저녁놀도
머리에 이고 오던 / 어머니

들길은 삽살개처럼 꼬리 촐랑대며
어머니 따라오고
들 그림자는 머릿수건처럼
어머니 머리에 살포시 얹혀 오고

집집마다 들깻대 타던
저녁연기

그런 저녁엔
눈물 글썽이던 그리움도
들깨처럼 자잘한 잔별로
하늘에 박혀 반짝였어라




<감상> 어머니는 들에서 나는 들깨, 참깨, 호박, 물외(오이) 등 온갖 냄새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 중에도 들깨는 냄새가 제일 진하였습니다. 노을과 들 그림자까지 이고 온 들깨를 늘 담벼락에 말리었습니다. 담벼락에도 들깨 냄새가 베여, 내 등을 대면 온기와 함께 그 냄새가 묻곤 했습니다. 들깨를 털고 나면 들깻대는 땔감이 됩니다. 저녁연기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으므로 슬픔은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떠나시니 연기도 사라지고, 이젠 눈물 글썽이는 별로 떠 있습니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