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선물을 놓고 가셨다
자는 사이에 몰래
놓고 가셨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놓고 가셨다
그 밤에도 나인 줄 어떻게 알아
내가 갖고 싶던 걸
딱 주고 가셨다
낮에는 길이 막히니까
밤에 다녀가셨다
한 사람에게라도 더 주려고
빨리 다녀가셨다


고맙다는 말은 영영
들려줄 수 없는
새벽 한 시 반의 택배





<감상> 새벽 한 시 반에 물건을 놓고 간 택배아저씨는 꼭 산타가 놓고 간 선물 같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어김없이 놓고 가니까요. 친절하게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빨리 다녀가십니다. 누군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주고 간다면 기쁨은 배가 되죠. 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택배아저씨는 좀 멋있기도 하죠. 검은 헬멧을 쓰고 질주하는 짜릿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물건을 건네줄 때도 헬멧 창을 열어젖히는 건 소통하자는 의미일 겁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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