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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지난 11일(금)부터 13일(월)까지 필자는 청송에서 지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청송 얼음골에서 열리는 아이스클라이밍대회가 주말마다 연이어 3주 동안 전국 아이스클라이밍선수권대회와 UIAA(국제산악연맹)이 주최하는 청송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그리고 전국동계체전 산악부분(아이스클라이밍)대회가 이곳 얼음골에서 열리기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청송에 살다시피 하며 월드컵대회 때는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의 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3박 4일 동안 청송에서 지내야 한다.

11일 오후 청송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윤경희 청송군수를 비롯한 도·군의원 그리고 군내 기관단체의 장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고 UIAA(세계산악연맹) 토마스 케흐(Thomas Kaehr) 상임부회장을 비롯한 세계산악연맹 관계자들과 세계 18개국에서 출전한 선수(102명), 임원 그리고 국내 산악인, 청송 군민 등 500여 명이 성황을 이룬 가운데 화려한 개막식을 가졌다. 12일 경기 첫날 새벽 일찍부터 하얗게 눈이 내린다. 고요히 내리는 눈발에 온 세상이 설국(雪國)으로 변하고 ‘산악의 메카 청송’이란 이름만으로도 청정지역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이곳에 서설(瑞雪)이 내려 이번 월드컵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맺음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온몸에 스며든다.

눈 내리는 산길을 따라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의 설경에 취한 토마스 UIAA 부회장 일행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름다운 청송의 자연이 그대로 내려앉아 우리를 맞는 듯 행복감에 젖어든다.

월드컵경기장 얼음벽 뒤로 하얗게 채색된 산들이 더욱 신비로움을 더하고 거기에 가쁜 숨과 함께 힘차게 아이스바일을 꽂으며 오르는 클라이머들의 움직임이 환상적인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는 풍광이다. 경기 첫째 날 예선전을 거쳐 마지막 결승전이 있었던 13일 일요일은 날씨가 화창하고 온도가 영상으로 오른 탓도 있지만 전국 각지의 산악인들과 관람객들이 월드컵 관람을 위해 엄청나게 몰려왔다. 관광버스 수십 대와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빼곡히 들어찼고 경기장 관람석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장 한쪽 공연장에서는 관람객들의 장기자랑이 열리고 경기장 소재지인 부동면청년회에서 나눠주는 군고구마와 떡가래를 받기 위해 줄을 서며 기다리는 풍경도 정겹고 인근 식당들 부스에 손님이 가득 몰려 청송의 맛을 즐기는 모습 또한 보기가 좋았다.

경기가 잠시 쉬는 시간에 맞춰 청송 출신 홍보 대사인 개그우먼 ‘심진화’의 사회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가수 ‘노라조’의 흥겨운 공연이 펼쳐져 많은 관객을 사로잡는 등 여느 때보다 더욱 다채롭고 흥미로운 진행으로 이루어진 월드컵이 경기 외(外)적 축제의 한마당으로 연출되는 모습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클라이밍센터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 활동이 눈에 띄고 각종 행사사진과 실내에 비치된 모니터에 라이브 영상으로 보는 대회 모습 등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시설이나 진행이 더욱 청송군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청송특산품 ‘청송사과’ 등을 판매하는 부스에 사람들이 몰리고 스포츠대회와 지역경제가 맞물려 가는 상생의 한마당이 펼쳐지는 장면이 새롭다.

경기장의 열띤 함성과 각국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지만 센터 내의 열기 또한 아름답고 진지하기만 하다.

중간중간 관람객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MC의 재치 있는 진행 솜씨가 돋보이고 드론까지 동원된 경품추첨에 환호하는 풍경 또한 처음 보는 장면이라 이색적이고 흥미로웠다.

각축을 벌이던 선수들이 간발의 차이로 순위가 뒤바뀌기도 하는 치열한 다툼이 끝나고 시상대에 함께 올라 기뻐하는 모습에 지구촌은 하나임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월드컵경기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이런 성공적인 대회를 열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진정 어린 협조를 베풀어준 청송군수와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관계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스포츠와 지역경제’ 상생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 ‘산악의 메카 청송’에서의 3박 4일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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