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 주력 기업이 빠져나가 구미시가 산업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다. 공단이 비고 사무실의 공실이 늘어 아우성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경북 유치 운동은 이 같은 절박성에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오죽 했으면 이 혹한 속에 찬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까지 하겠나 싶다.

하지만 찬물을 뒤집어쓴다고 대기업이 특정 지역에 투자를 하기란 만무한 일이다. 구미역 광장 앞에서 뼈를 애는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 클러스터 구미로 와 달라’는 소망을 갖고 찬물을 쓴 사람들의 충정을 깎아 내리자는 말이 아니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을 것이다. 감성적인 호소도 좋지만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게 할 좀 더 실질적인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죽어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반도체 생산 기업인 SK하이닉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총회에 참석해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자는 호소를 했다. 전 정권은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수도권 시도의 입김에 밀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이미 제정돼 있는 ‘수도권공장총량제’를 지키지 않고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사업주체인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새 반도체 공장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인데, 정부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제한된 규제에 대해 특별물량 공급이라는 수단으로 수도권 규제를 또 풀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지방 자치단체장들과 공동대처 하겠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대응이다. 경기도의 파주나 평택, 이천, 용인 등지로 국내 대기업들이 공장을 옮겨 가고 있는 것은 지방을 다 죽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최근 들어서는 경기도 뿐 아니라 충청북도 지역까지 수도권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이번 SK하이닉스 클러스터 유치에 충청북도와 충남지역 시군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유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은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정부가 또 규제의 문을 열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 228개 지자체 가운데 89곳(39%), 3463개 읍면동 중 1503개(43%)가 앞으로 30년 후 소멸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는 국가의 균형발전은 물론 효율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서도 기업의 지방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장총량제 같은 법이 만들어졌는데 사문화 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북도는 서명운동이나 아이스버킷 같은 기업유치 운동보다는 도지사와 정치권이 기업 총수를 직접 만나고,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더 긴요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파격적 인센티브’라 얘기하기보다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 기업에 맞는 산업단지를 제공하거나 파격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LG전자나 삼성전자가 구미를 빠져나간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해서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이스버킷으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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