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 중 하나가 ‘완장병’이다. 지위를 이용, 아랫사람에게 억지를 부려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완장갑질’이 자주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다. 수년 전 경기도 한 기초단체에서 민노당 소속 여성 시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몰랐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의 여직원에게 아주 심한 행패를 부려 호된 비난을 산적이 있다. 주민센터를 찾아와 “시의원 이××도 모르느냐”면서 여직원의 머리채를 당기며 “잘못했다고 빌라”고 소리치며 행패를 부렸던 것이다.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웰링턴 장군이 여우사냥을 나갔다. 그런데 여우가 어느 농장의 담을 넘어 도망을 쳤다. 웰링턴은 농장을 지키는 소년에게 “어서 문을 열어라”고 다그쳤다. 여우사냥으로 농작물 피해를 우려한 소년은 “안됩니다” 거절했다. “빨리 열라니까” 여우를 놓칠까 봐 애가 탄 웰링턴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됩니다. 아버지께서 사냥꾼에게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말을 마친 소년은 자세를 바로 하고 웰링턴에게 절을 꾸벅했다.

소년의 태도변화를 본 웰링턴은 드디어 문을 열어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소년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안됩니다. 문을 열 수가 없습니다” “이 웰링턴 장군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예, 저희 아버지가 농장 담을 높이 쌓은 것은 장군님 같은 사냥꾼들이 농장을 사냥터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장군님이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문만 열라고 명령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사리가 분명한 소년의 질책에 웰링턴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말에서 내린 웰링턴은 소년에게 다가갔다. “네 말이 옳다. 오늘 네게서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이 교훈을 평생 마음에 새겨두겠다.” 다짐하면서 물러났다.

지난 연말 한 여당 국회의원의 ‘공항 갑질 사건’에 국민이 공분, 장본인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이 권력형 갑질까지 겹쳐 손 의원의 위세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 구입을 종용, 이에 반발한 학예연구실장이 전격 교체됐다는 것이다. 완장 갑질은 투기보다 더 저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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