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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다음 달 말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앞둔 현재 양국 실무자 간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의제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자칫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때처럼 빈손으로 양국 수뇌부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미국 언론들은 우려 섞인 기사들을 쏟아 내고 있다. 지금까지 실무자들 간에 논의된 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경우 민간기업의 대북 투자를 대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 정도다.

트럼프 미 대통령 경우 국내적으로 연방정부가 최장기간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태인 데다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자신의 목을 점점 조여드는 상황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김정은으로부터 대륙간탄도 미사일 (ICBM) 폐기 같은 양보를 얻어내어 자국민들에게 “북핵으로부터 미합중국 영토의 안보를 지켜냈다”며 업적을 내세워 자신에게 다가오는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면해 보려는 술수를 펼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으로부터 이런 양보를 얻어내는 반대급부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같은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적인 선물을 약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이런 시사는 트럼프가 지난해 말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거론한 후 현재 미군들이 시리아를 빠져나가고 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내 미군 철수도 거론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 문제도 ‘먼 시나리오’가 아닌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 양국이 현재 주한미군 주둔 유지 관련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팽팽한 기 싸움을 펴고 있는 상황이라 동맹국 관계도 돈으로 계산하는 트럼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가 지난 한해 9602억 원을 분담금으로 지출했으나 지난 12월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한국 정부에 1년 유효기간으로 분담금 10억 달러(1조1300억 원)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는 미 측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상부 지침”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트럼프의 지시란 뜻으로 풀이할 수가 있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1조 원 이상은 수용이 어렵다”는 뜻을 주장하고 있다. 최대 9999억 원까지는 분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분담금의 유효기간도 지금까지 5년 마다 해오던 것을 미국 측은 올해부터 1년 단위로 분담금 협상을 하자는 안을 내어 놓고 있다. 협상이 지리멸렬할 경우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을 트집 잡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같은 강수를 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미 행정부에서 한반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한국안보에 큰 배경이 되어준 매티스 국방장관이 지난 연말 사퇴하고 맥매스터 안보보좌관도 떠난 마당에 주한미군을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 찾기가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특히 국방장관 대행을 하고 있는 패트릭 섀너핸 경우 보잉사 임원 출신으로 군 근무 경험이 전무 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지시만 있으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쉽게 인정할 가능성도 높다. 미 의회가 지난해 8월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했으나 국방장관이 미국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결정을 하면 미군 철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법의 실효성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을 볼 때 트럼프가 개인의 정치욕에 사로잡혀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한국을 저버리는 우(愚)를 범해 소위 ‘재앙적 성공’이라는 역사적 비판의 협상물을 만들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 1950년 1월 12일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극동아시아의 미국 방위선에 한반도를 배제한다는 일명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김일성이 소련군을 등에 업고 남침을 했다. 그것이 민족적 비극인 6.25 한국전쟁이다. 지금 자칫 ‘제2의 애치슨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딜레마인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문제가 우리 정부와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핵을 앞세운 김정은의 협박술과 트럼프의 정치욕에 제물로 바쳐지는 신세가 되는 ‘재앙’이 될지 두렵다. 2월 말 있을 미·북 정상회담에 우리 국민의 안보를 책임진 한국 정부의 존재감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답답하고 사방이 칠흑 같은 그믐밤이다.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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