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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집권여당 소속이었던 한 여성의원의 전남 목포지역 문화재 구역 내 부동산 구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전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한 부도덕한 정치인의 ‘투기’냐, 아니면 역사문화 보존을 위해 자신의 사재를 턴 참된 위정자의 ‘선의’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해당 의원은 탈당을 하면서까지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자신의 ‘선의’가 왜곡된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야당이나 일부 여론은 합리적인 의심의 이유를 들어 ‘투기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제 단순한 정치적 쟁점을 넘어 법정공방을 통해 그 진실이 가려질 수밖에 없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토지나 건물을 가진 대부분 소유자는 자신들의 부동산이 있는 지역이 어떠한 ‘보존지역’ 또는 ‘문화재’ 등으로 묶이는 걸 상당히 싫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존’이라는 목적 실현 때문에 ‘개발행위’가 부득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부동산 투자가치 면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경우, 문화재로 등록되고 난 뒤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급등(?)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의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가격이 상승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야 어찌 됐든, 역사보존 지역 내 부동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이토록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큼은 새삼 놀랍다.

지난해 8월, 문화재청은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통한 도시재생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기존의 개별 문화재 위주의 ‘점(點)’단위 문화재 등록 제도를 거리 또는 구역 전체를 아우르는 ‘선(線)’ 또는 ‘면(面)’ 단위로 확대 가능토록 하고, 처음으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군산내항 역사문화공간’ 그리고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 등 3곳을 문화재로 등록 고시했다. 도심재생을 위한 방안으로서 역사보존이라는 새로운 정책적 접근 방법을 택한 것이다.

보존경제학자 도노반 립케마(Donnovan D. Rypkema)는 그의 저서 ‘역사보존의 경제학’에서 도심지 내 역사지구의 국가보호 문화재 등록을 ‘도심지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경제적인 발전전략의 초기 단계’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지역사회 스스로가 자긍심을 갖게 되고,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독특한 성격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또한 미래를 위한 계획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혜택을 창출하는 개별화와 차별성이라는 도시 경쟁력의 필수 요인을 역사건물의 경제적 잠재력과 상징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도심지의 성공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거리에 사람이 있는가?’를 꼽으며 보행자 중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역사건물이야말로 ‘주변 환경에 대한 건축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중심이 되는 정책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그는 ‘역사건물들은 보행자를 기반으로 하여 설계되고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소유한 역사적 건물은 도심지 활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대상물로 다뤄져야 하며, 나아가 여러 방면에서 지역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사보존의 행위로 세심하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역사보존을 통한 도심재생은 해외의 여러 성공사례를 통해 이미 효과적인 정책수단임이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도심 활성화 방안으로서 역사적 가치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 세 곳의 근대역사문화의 문화재 등록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초기 단계’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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