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 예끼미술관장
맛깔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우리의 오감을 일깨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와! 예술이네’.

자연 풍경, 인체의 비례나 옷이 멋질 때, 또는 무엇인가 딱 맞아 떨어질 때도 그렇다. 하나의 모습과 기능 외에 그 이상의 미적 표현인 ‘예술적’이 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그림(회화)은 전통적으로 범주화된 예술의 표현양식 중 하나이다.

"10대 중반에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20대 중반에 다시 돌아왔을 때 문득 한국인이지만 한국인답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한국에 정착하는 동안 이방인의 색깔을 지울 수 없었고, 이러한 불편한 생각을 음식이란 소재와 버무려 자아정체성으로 표현 되었다. 낯선 곳에 적응할 때마다 그 나라 고유문화를 체험하게 되는데 먹거리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나는 음식 문화를 통해 그 장소와 사람들을 파악하는 습관이 생겼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동안 다문화에 노출되어 내 안에 고유색깔을 잃어버렸다. 색이 증발하여 흑백 이미지로 남았지만 대신 내가 창조한 이미지의 본질을 더 집중적으로 보고자 했다"

이 글은 박소현 작가의 노트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온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음식을 통하여 나타내고 있다. 작품에는 ‘먹는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음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3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로 꼽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나라의 음식문화가 있다. 자연환경과 종교 등 사회, 문화적 요인에 의해 음식이 만들어지고,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음식에 배어 있게 된다.

박소현 작가의 음식은 작가 자신의 체험 속에 인식되고, 호흡되어진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음식이 아니라 예술이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예술은 무엇이고, 그림에서 나타난 작가의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의 의미와 분류를 통하여 생각해 보자.

조리된 음식
Shindangdong Hotdog 혼합매체 2014 박소현 作
예술 ‘ART’는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고, 술(術)의 어원을 따지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예술의 기능과 목적이 변하였고, 또한 기능과 목적을 배제한 순수한 의미로도 해석된다.

프랑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예술을 분류하고 있다.

헤겔의 미학 연구에서는 연극, 회화, 건축, 문학, 음악의 기본 예술에 근대에는 ‘무용’을 넣은 6개의 기본 예술을 지칭하며, 리치오토 카누토가 7번째 예술을 영화로 보고 있다. 그 밖에 전통적인 분류에는 문학, 시각예술, 장식예술, 조형미술 등이 있다.

현대예술의 일반적 분류로는 순수한 심미적 목적인 순수 예술과 실용적 목적인 실용 예술로 구분하고 있다.

미국의 ‘존 듀이’는 예술을 편협한 구분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일상과 자연으로 되돌려 그 의미를 확장하려고 했다.

"문화는 인간과 환경과의 장기간 쌓이고 쌓인 상호 작용의 소산이다. 예술 작품 이야기하는 감흥의 깊이는 이 지속적인 경험의 작용들과 예술 작품들과의 연속성을 보여 준다"

"Building(건설·건물), Construction(건축·건축물), Work(작업·작품)이라는 말이 하나의 과정과 완결된 산물 둘 다를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언어학상의 우연이 아니다. 동사의 의미가 없으면 명사의 의미도 비어 있는 것이다"

일상 속에 나타난 경험의 미적 표현 ‘예술적’도 있고, 제작된 형태로 나타낸 예술 분류를 통해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했다. ‘예술’을 통해서 우리 인간의 삶과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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