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겨울 가뭄이라는데 정부가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낙동강 보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 댐 저수율만 믿고 낙동강의 보를 개방하는 것은 낙동강에 기대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귀를 닫는 것이다. 기록적인 겨울 가뭄에도 보를 구태여 개방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정부가 낙동강 상류의 구미보 개방을 결정하고, 보를 준공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4일 수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정부가 낙동강 상류 낙단보와 상주보 등 2개 보 개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농민단체와 업무협약을 추진하려 했지만 농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보를 개방하면 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한데 정부가 보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향후 보를 철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보 개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20일 환경부가 낙동강 보 개방과 관련 업무협약을 추진하려 했지만 구미보와 관련한 협약만 성사됐을 뿐 상주시와 예천군, 의성군의 경우 상주보와 낙단보 개방에 반대 입장을 밝혀 협약이 무산됐다. 농민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황천모 상주시장은 “보 철거를 전제로 한 보 개방 및 모니터링을 반대한다”고 했다. 정부가 수문 개방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보 철거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있는 것이다.

구미보 수문 개방에 앞서 한국농촌지도자구미시연합회 등 구미지역 14개 농업인 단체 회원 1000여 명이 낙동강 수문개방 반대와 철거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컸다. 이들 농민단체들은 해마다 가뭄과 폭염으로 농업용수 부족에 허덕이는데 녹조방지라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수자원을 바다로 흘려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구미보 개방은 이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역 농민들에게 농사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도 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구미보 개방을 밀어붙였다.

서울엔 눈 온 지 한 달이 지났고 전국적으로 겨울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서 59년 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낙동강 수계인 경북·대구 지역도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아 겨울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안동의 올 1월 누적 강수량이 22.3㎜로 30년(1989~2018년) 평균의 23.4%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도 20.6㎜로 19% 수준으로 겨울 가뭄이 극심한 지경이다. 이 같은 예년에 보기 드문 겨울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수문을 열어 아까운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가뭄에 수문 개방을 서두르는 것이 옳은 일인가.

낙동강 8개 보의 경우 경북과 대구의 6개 보 가운데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구미보가 부분 개방에 들어갔다. 정부는 환경단체를 등에 업고 나머지 상주와 낙단, 칠곡의 3개 보 개방도 밀어 붙일 태세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보를 개방하면 기존 양수장의 수위가 내려가서 양수장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건설을 속전속결 밀어붙인 전 정부를 나무라면서 보의 개방에 이어 해체까지 염두에 두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부작용이 큰 급진적 탈원전처럼 보 개방 문제도 1, 2년 안에 밀어 붙이면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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