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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천 (주)대들보 한옥연구소장

한옥 건축 원스톱 시스템 구축으로 한옥 보존·계승에 앞장

박용기 기자 ygpark@kyongbuk.com 등록일 2019년01월27일 18시13분  
(주)대들보 연구소장 김경천씨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박명제 기자
“한옥은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한옥을 짓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옥을 짓는 사람들’ 김경천(50) (주)대들보 한옥연구소장은 김천시 봉산면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한옥 보존·계승에 앞장서고 있다.

김 소장은 “모든 만물에 음양오행이 있듯이 한옥에도 조화와 균형을 잡아주는 음양오행이 있다”며“그 집을 받쳐주는 것이 기둥이라면 그 집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대들보”라고 설명했다. 32년간 전국을 돌며 400여 채의 한옥을 지어온 김 소장은 2011년 원가 절감 및 규격화를 통한 한옥 보급 확대를 위해 김천에 제재소를 설립하며 한옥 건축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이제 전통 한옥에 대한 인식과 건축 재료, 방법 등을 바꿔야 한다”며 기존 한옥 건축법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주)대들보에서 완성한 한옥 모습
-어떻게 한옥 건축을 시작하게 됐나.

△1968년 김천 직지사 아랫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서 생활하던 중 1989년 머리를 식히러 고향 김천 청암사에 왔다가 한옥 건축을 알게 됐다. 이후 대한민국의 이름난 한옥 명장이란 명장은 다 찾아다니며 미친 듯이 일을 배웠고 1993년 드디어 내가 직접 나무에 먹을 놓고 다듬는 도편수가 됐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 한옥 건축 수요는 문화재, 사찰, 제실 밖에 없었다. 기존 콘크리트 집은 20∼30년 지나면 빛이 바래고 유행이 지나 리모델링을 하거나 허물어야 하지만 한옥은 20∼30년부터 그 빛을 발한다. 이것이 바로 한옥의 매력이다.

최근에는 한옥 보급을 위한 원가 절감과 제품 질 향상을 위해 제재소를 직접 차려 모든 공정을 원스톱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면 아파트보다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한옥에는 현대식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품위와 품격이 있다.

절이나 교회에 가면 나도 모르게 조용하고 왠지 숙연해지지 않나?

이런 것이 바로 건축물에서 나오는 힘이 아닌가 싶다.

한옥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한옥은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누군가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간다면 또 누군가는 이 나라의 주거문화를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것이 내가 한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다.

사실 미래는 없다. 과거와 현재만 있다. 과거와 현재를 살아왔으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통이 없어지면 미래도 없다.
(주)대들보 한옥 내부 모습
-옛 한옥과 현대식 한옥의 차이점은.

△옛 한옥 하면 언뜻 춥고 바람이 많이 든다고 떠올린다.

또한 옛 한옥은 화장실과 주방이 분리돼 있어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실과 주방을 현대 생활에 맞게 안에다 배치해 불편이 없다. 아궁이도 옛날 한옥은 방바닥만 따뜻하게 했는데 요즘 보일러(벽난로)는 순환식으로 온수도 쓰고 집 전체 난방을 할 수 있다. 나무 연료를 쓰지만, 기름·가스보일러와 연계해 화목 보일러를 사용하면 기름이나 가스보일러는 안 돌아간다.
(주)대들보에서 설계한 한옥 부엌
최근 웰빙 문화와 함께 한옥 건축이 늘었지만, 난방과 단열 문제는 여전히 한옥의 취약점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금오공대와 벽체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 단열 효과가 우수한 한옥 벽체 제조방법과 바람에 강한 한옥 창호의 방풍 구조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또한 최근에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목재 개발을 위한 전통 건축재의 내화코팅 자동화 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내화코팅방법에 대한 특허도 출원하는 등 한옥이 불편하다는 것은 이제 옛이야기다.

-힘든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한옥 수요가 문화재, 사찰 등이 대부분으로 산속에 혼자 살아야 했다. 당시 먹고 자는 것은 모두 절에서 해결했다.

이로 인해 결혼 후에는 주말부부가 아닌 한 달 부부로 살아야 할 때도 잦아 지금도 아내에게 미안하다. 최근 들어서는 현행 건축법이 전통 한옥건축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아쉽다.

특히 한옥의 주 건축 재료인 목재가 내화성이 없다며 규제와 제약이 많다.

하지만 숭례문 같은 경우 8시간을 타도 그대로 있었다.

한옥 자체가 그동안 수천 년을 이어온 건축물인데 이때까지 법에 없다가 현대에 들어와 지금의 잣대로 법으로 규제하면 어떻게 하나.

법을 만들더라도 대안을 만들어 주고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법을 먼저 만들어 놓고 무조건 따라라 하니 방법이 없다.

요즘은 단열 기준 등이 많이 완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집터를 보고 바람의 방향에 맞춰 설계한 창문
-(주)대들보 한옥의 강점은.

△사실 건축주가 도면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지어달라고 하면 도면 그린 사람에게 지어달라고 하라며 돌려보내기도 한다.

도면에 의해 자꾸 한옥이 지어지는데 이는 한옥을 모르는 사람이 도면을 그리는 것이고, 한옥을 모르는 사람이 한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옥을 지을 때도 음양오행 조화가 있어야 한다.

한옥(집)이 음의 공간이라면 양의 공간으로는 마당이 있어야 한다. 마당이 없는 요즘 아파트는 모두 음의 공간에 갇혀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의 공간이 집, 양의 공간 마당이라면 음과 양을 이어주는 중성의 공간은 마루다.

오행은 전체적인 조화와 순환이다.
옛 아궁이를 대신한 벽난로
제일 먼저 한옥을 지을 때 집터에 가서 계절의 변화를 살핀다.

해가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고 여름과 겨울도 지나봐야 창문 방향 등 전체적인 설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도면 우선이 아닌 현장에 가서 현장 환경을 보고 어떻게 지을까 구상에 들어간다.

최근 청도에 지은 한옥의 경우 다른 현대식 주택들은 모두 강추위로 수도가 얼어 터졌는데 제가 만든 한옥은 멀쩡했다. 보통 한옥 한 채 짓는 데 6개월이 걸리지만,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옥 건축도 현장 가공 없이 100% 현장 조립으로 이뤄진다. 제재소에서 가공해 미리 한번 조립해보고 현장에 가서 다시 조립해 시행착오를 줄인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나만의 한옥 보급 방법이자 한옥을 확대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원가 절감 및 규격화를 통한 한옥 보급 확대를 위해 설립한 제재소
-우리나라 전통 한옥 건축 방향은.

△소나무가 왜 좋은 한옥 목재가 됐나 하면 소나무가 물러서 다듬기 편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나무는 빨리 썩고 단단하지 않아 사실 좋은 목재가 아니다.

단지 일하기 편하니 목수들이 일하기 좋아 좋은 나무로 만든 것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낙엽송이나 북미산 더글러스 퍼가 단단해 한옥 목재로 좋다.

하지만 단단하면 다듬기 힘들어 안 좋은 나무가 된 것이다. 이런 잘못된 것들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전통에 고집하는 사람들이 그게 그럼 한옥이냐 이렇게 반박하는데 이럴 때 가장 힘들다.

흙도 마찬가지다.
한옥 건축에 사용되는 대들보
우리나라 옛날 건축 재료는 나무하고 흙, 돌밖에 없었다.

이 중 나무는 수분을 흡수했다가 배출하고, 흙은 수분을 흡수하지만, 배출은 못 한다.

옛날 주거문화에서는 사계절 내내 아궁이 불을 지핀다. 한여름에도 밥을 먹기 위해 불을 지필 수밖에 없었다.

불을 지피면 당연히 흙이 마른다. 옛날에는 흙이 수분을 흡수하고 아궁이 불로 흡수한 수분을 말릴 수 있어 좋은 건축 자재가 된 것이다.

옛날 한여름에도 한옥이 시원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구조로 인해 습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여름에 불을 안 때 흙을 많이 사용하면 집이 금방 습해진다. 그러면 습기 자체가 나무가 부패하고 박테리아가 서식해 건강에 좋지 않다.

흙을 사용하려면 무조건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한다. 365일 불을 지피지 않으면 좋은 건축소재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소비자가 뭐가 좋고 나쁜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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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기자

    • 박용기 기자
  • 김천,구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