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관계를 자르며 시간이 걸어온다.
오늘도 하루를 잃었다.

바늘의 길이만큼
진폭의 너비만큼
비스듬히 어깨에 기대는 좌절의 기록

떨림의 기울기마저
실격된 삶으로 새겨진다.
몸이 앓는다.

방 안을 떠도는 뒤척임이
뜨겁게 가라앉고
끼워 넣은 고통이 부풀어 오르는

기다림의 기척,

현실의 끝에 세워 둔
지금이 갈라진다.




<감상> 사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견고하지 않고 엉성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 단절되고 맙니다. 삶은 좌절의 기록으로 새겨지고 맙니다. 몸은 몹시 앓고 고통이 부풀어 오릅니다. 오늘도 하루를 잃고 내일은 새로운 처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처음을, 새로운 관계를 위해 기다림의 기척으로 몸을 뒤척입니다. 현실의 끝에서 지금이 갈라지더라도 너무 아파하지 맙시다. 혼자일수도 완전히 섞일 수도 없는 것이 관계이니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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