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병폐 담은 작품 정치적 고찰

▲ 맹문재 ‘시와 정치’
경북일보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맹문재 평론가의 평론집 ‘시와 정치’가 ‘푸른사상 평론선 30’으로 출간됐다.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병폐가 들어 있는 우리 사회의 상황들을 담은 작품들을 정치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고 의미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시가 필요한 이유, 변화한 환경에서 소외당하는 노동자의 삶, 왜곡된 민주주의 가치와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매카시즘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다양한 시작품의 고찰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한국사 국정화, 노동법 개악, 통합진보당의 강제 해산, 비정규직 문제,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 전교조 법외 노조 판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검찰과 언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민중들이 피를 흘리며 세운 민주주의가 후퇴한 시대가 있었다. 이와 같은 시대에서는 정치시, 정치 참여시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제1부에서는 정치시가 필요한 시대, 시인의 정치의식, 시와 정치, 세월호와 문학, 촛불 시의 등장과 전망, 촛불혁명의 행진곡 등을 주제로 다뤘다. 세월호 참사나 2016년∼2017년 진행된 촛불집회를 담은 작품들에서 시의 언어나 형식보다 시가 정치 문제에 어떻게 개입하고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가를 주목했다.

제2부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의의는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김남주의 ‘학살’ 연작시를 통해 확인했고, 한일 인식의 시에서는 일본이 역사적 반성을 하지 않는 점을 경계하면서 우리 스스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함을 제시했다. 전병호의 『금왕을 찾아가며』에서는 한국전쟁 동안 일어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과 보도연맹원들의 학살을, 윤기묵의 ‘역사를 외다’에서는 단재 신채호의 역사의식을, 김종숙의 ‘동백꽃 편지’에서는 김수영, 다산 정약용, 이상적, 고산 윤선도의 삶과 작품 세계의 역사성을 주목했다.

제3부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시, 비정규직 시대의 노동시를 통해 변화한 환경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의 실제를 주목했다. 육봉수의 ‘미안하다’에서는 근로기준법의 문제점을, 정세훈의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에서는 노동자로서 감당해야 할 가혹한 현실을, 유순애의 ‘호박꽃 엄마’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고소와 고발에 고통 받다가 세상을 뜬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를, 조선남의 ‘눈물도 때로는 희망’에서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의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채상근의 ‘사람이나 꽃이나’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파악해보았다.

제4부에서는 선거 때마다 민주주의 가치를 왜곡시키고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매카시즘이 보수주의자들의 정치 공세 및 정치 공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매카시즘같이 우리 사회의 병폐와 문제점들이 남북 분단에 기인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리해 이기형의 시 세계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남북통일에 대한 전망을, 김준태의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에서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화 통일을 제시했다.

저자는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포철공고와 고려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론 및 비평집으로 ‘한국 민중시 문학사’, ‘패스카드 시대의 휴머니즘 시’, ‘지식인 시의 대상애’, ‘현대시의 성숙과 지향’, ‘시학의 변주’, ‘만인보의 시학’, ‘여성시의 대문자’, ‘여성성의 시론’,‘시와 정치’등이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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