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언젠가
흔들리는 이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았을 것이다


이혼 후 자살한 친구도
회사에서 쫓겨난 직장동료도
나를 떠나간 그녀도


손 때 묻은
이 손잡이를 붙들고


슬픔의 관성을
버텨내려 했을 것이다





<감상> 지하철, 시내버스를 타면 자신이 마구 흔들리듯, 세상은 참 우리네 삶을 마구 흔듭니다. 착하고 바르게 살려고 해도 가만 두지 않습니다. 이때 손 때 묻은 손잡이를 잡고 견딥니다. 질량이 클수록, 깊이가 깊을수록 슬픔의 관성은 클 수밖에 없죠. 이 관성을 버티려면 손 때 묻은 손잡이(버팀목)가 필요합니다. 곧 슬픔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무디어지겠죠. 백석 시인이 “데굴데굴하는 목침(木枕)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떠올리듯, 시인도 지인들을 떠올리고 있네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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