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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손혜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손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목포 문화재거리 일대에 친인척·지인을 동원해 최소 20여 채의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한다. 내 집 하나 마련하고자 허리띠 졸라매며 성실하게 사는 국민들은 허탈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을 위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손 의원은 오로지 목포의 근대문화재 보전과 구도심 재생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손 의원은 목포 투기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신이 기획한 나전칠기 작품을 보여주며 구입 압력을 행사한 의심도 받고 있다. 또한 공산당 활동전력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 6번씩이나 독립유공자 대상에 탈락했던 자신의 부친에 대해 독립유공자 포상 선정에서 청탁 혹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넝쿨에 고구마 달리듯 줄줄이 나오는 각종 비위 의혹에 손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 억울함의 결과는 사법당국의 몫이다.

문제는 겸허(謙虛)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손 의원의 태도다. 정치인이 도덕성 시비에 휩싸일 경우 대국민 사과와 자숙 행보가 일반적인 행태이다. 그러나 손 의원은 음해 세력 운운하며 자신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게 ‘무식하다’는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손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초선 의원에 관련된 얘깃거리도 안 되는 일로 나라 전체를 시끄럽게 만든 것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했다. 오히려 국민이 묻고 싶다. 초선 의원이 어떻게 탈당 기자회견에서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들러리로 내세울 수 있는지 말이다.

손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브랜딩 전문가이다. ‘광고계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그를 정치계로 끌어들인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후 손 의원은 당명과 로고 등을 직접 선정하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의로의 변화를 주도해 당 쇄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정치에서도 자신의 재능이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걸까? 손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마케팅과 정치가 비슷하다”며 “대중을 움직이는 일 잘 알고 있어서 정치가 어렵지 않았다”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손 의원의 가벼운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는 손 의원이 몸담고 있던 마케팅 분야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마케팅은 사적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데 비해 정치는 공동체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엄격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공공정신이 요구된다. 공인의 사익 추구는 국가에 대한 배신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됨에 따라 공인의 부정부패는 용인될 수 없다.

국민은 손 의원의 이런 오만한 태도에 심기가 불편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손 의원 자신감의 근거를 전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김정숙 여사의 절친’이라는 타이틀은 초선인 손 의원의 어깨 위에 집권당 원내대표 이상의 위세와 권력을 올려주었다. 이런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초선의원의 전화 한 통이 주는 보이지 않는 무언의 압력을 거부할 대한민국 공직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많은 국민은 손 의원 사태가 단순히 의원 개인의 비위가 아닌 권력자 측근의 국정 사유화 의혹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게 억울하면 처음부터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그건 기업마케팅이 근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적폐는 권력의 오만 위에서 싹튼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대담집에서 “국가권력을 아주 사사롭게 여기고 권력을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공공성 결여가 우리나라 주류 정치 세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주류 정치 세력이 된 자신의 측근들이 과연 적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국민은 손혜원 의원 게이트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겸손한 권력이 되겠다”는 약속이 허언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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