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선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 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의 햇살로 /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감상> 설날에 새뱃돈은 받을 수 없었지만 어머니가 계셨기에 행복했습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어머니의 손길을 거치면 모든 걸 빚을 수 있었습니다. 눈 오는 소리로 흰떡을, 산을 불러 산나물을, 바다를 불러 생선을 빚는 설날은 어머니의 공화국이자 영토였습니다. 하여 따듯한 정이 넘쳐났고, 나의 꿈과 희망이 달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길을 집으로 데려와서 검정고무신 대신 운동화를, 콧물 묻은 소매를 걷어서 설빔을 내어 주신 어머니! 아직 우리의 영혼은 늙지 않는데, 설날에 그리운 선물은 다시 받을 수 없나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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