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아이들의 비만을 극히 싫어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 시켰다. 자신이 어렸을 때는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 음식이 없어 동네나 학교에 뚱뚱한 아이가 드물었다. 91살까지 장수한 리콴유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에 관심이 많아 노후에는 죽, 생선 등 담백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고 육고기는 멀리했다.

리콴유는 총리시절 타이완을 자주 방문, 주로 타이페이 그랜드호텔에 묵었다. 당시 근무했던 호텔직원에 따르면 보통 8시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설탕을 넣지 않은 무가당 두유를 가장 좋아했다는 것이다. 리콴유에겐 “내가 먹어본 최고의 음식”이라고 예찬한 잊지 못할 맛의 기억이 간직돼 있었다. 1963년 리콴유는 런던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합병과 관련, 말레이시아 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초반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리콴유는 회담을 잠시 쉬기로 했다. “회담을 잠시 중단하시지요. 템스강변 근처에 좋은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요리도 맛있고, 전망도 좋습니다. 긴장도 좀 풀어질 것입니다.” 식사회담 효과로 난항을 거듭하던 회담의 합의를 이뤄냈다. 양국이 정식으로 합병하는 합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후 양국관계의 악화로 싱가포르는 결국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했다.

리콴유는 템스강변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잊혀 지지 않았다. 46년이 지난 후 영국을 다시 방문한 리콴유는 그 추억의 식당을 찾아가 자신의 88살 미수연을 열었다. 강변 풍경도, 요리 수준도 예전과 같았지만 음식 맛은 옛날 같지 않았다. 자신의 기분이 그 때의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음식 맛은 먹을 때 기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최고의 요리는 언제나 기억 속에 있다. 그 기억 속엔 요리와는 상관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함께 얽혀 아름답고 맛있는 추억으로 뿌리를 내린다. 리콴유의 기억 속에 그런 추억들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혼밥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여당 정치인들과의 식사정치가 화제다. 불통정국 타개를 위해선 야당과의 식사정치가 더 절실하다. 오래 기억될 맛있는 요리를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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