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명령 부당' 학원측 승소…법원 "교육당국 재량권은 인정 비용 산출 객관적 자료 필요"
교육청 "사교육비 상승 우려"

대구지역 학원 교습비 인상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학원에서 교육 당국을 상대로 교습비 관련 소송을 제기, 승소하며 교습비 산출 기준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원호신)는 31일 셜대학원 등 8개학원이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등을 상대로 한 교습비 등 조정명령 처분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셜대학원 등은 지난 2017년 12월 교육지원청이 내린 교습비 등 조정명령이 부당하다고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신청한 교습비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과다 교습비가 아니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신청 교습비를 교육청 조정기준과 개별조정기준에 따라 조정명령을 내린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교육당국의 재량권은 인정하면서도 교습비 산출의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학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교습비가 과다하다고 교육당국이 주장하지만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 등 일부 항목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교습비를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구시교육청이 각 교육지원청에 교습비 관련 재량권을 주는 것도 확실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각 학원 측이 제시한 원가를 고려할 때 원가조차 교육당국이 산정한 교습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학원 등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한번 정한 교습비가 1년 내내 유지되는 것도 교육당국 재량권이 일탈한 것으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12년 유사한 소송이 벌어졌고 2014년 1심, 2015년 2심 재판부 모두 학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2심이 남아 있지만 1심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습비는 시 교육청에서 기준 단가를 정해 각 교육지원청으로 내려보낸다.

대부분 물가상승률 정도만 반영돼 교습비를 정한다.

각 교육지원청은 교습비조정위원회를 열어 지역 실정에 따라 시 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에서 3~5%의 재량권을 가지고 교습비 기준단가를 산정한다.

이를 학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개별 조정신청을 통해 회계사의 학원 분석 등 별도 심의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상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잇따라 학원 측이 소송에서 이겼으며 아직 4개 학원이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교습비 산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교육당국 입장에서는 다른 소송도 결과가 낙관적이지 않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교육비 억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며 “자율경쟁을 필요하다는 판단인 것 같지만 풀어줄 경우 물가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또 “산출 기준을 정비하는 등 계속되는 소송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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