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종가, 각종 제례 전통 지키고, 본받을 만한 정신문화 계승에 앞장
제사시간 등 후손 편의에 맞추기도

학봉종가 불천위제사 모습.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제사의 근본”

설과 추석이 되면 종가의 차례 영상이 매스컴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이와 함께 ‘종가음식’도 더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종가의 차례와 음식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까닭은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가의 오랜 전통은 검약과 절제의 선비정신을 담고 있는 의례와 음식 등으로 대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안동지방에서는 지금도 각종 제례의 전통이 잘 지켜지고 있다. 안동 사람들은 조상을 섬기는 것을 높은 관직을 역임하는 것보다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오늘날까지도 직장에서 물러나게 되면 세상일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종가를 지키고 봉제사와 접빈객으로 예를 다한다.

이렇듯 종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적 생활문화를 비롯해 오늘날 본받을 만한 정신문화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지역 불천위는 50위(位)에 이른다. 나라에 큰 공적을 세우거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게 내려지는 불천위 후손들은 성대한 제물, 엄격한 격식 등을 갖춰 ‘큰제사(大祭)’를 올린다.

가문마다 제사 격식이 다른 것을 ‘가가례(家家禮)’라고 하는데, 가가례 중에는 특정 가문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학봉 김성일은 생전에 생마를 즐겼던 까닭에 그의 불천위 제사에는 반드시 올리고, 서애 류성룡은 유밀과의 일종인 ‘중개’라는 과자를 즐겨 드셨다 하여 이를 제물로 차린다. 퇴계 종가에서는 기름에 튀겨내는 유밀과는 사치스럽기 때문에 제사상에 올리지 말라는 유계를 받들어 지금도 유과나 약과 등의 유밀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박사는 “성인도 시속(時俗)을 따른다” 라는 말이 있다며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제사의 근본이지, 물질로만 받드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제사이며, 이는 성인들과 군자들이 후손들에게 남겨준 귀중한 가르침이다”고 말했다.

유교 풍습이 대체로 많이 남아 있는 경북지역(특히 안동지역)의 명문 종가들은 아직도 자시에 제사 모시기를 고집하는 문중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과 종가의 유지·발전을 위한 선택 등을 이유로 제사 시간을 기일 초저녁으로 바꾸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더러는 부와 모의 제사를 합사하여 같은 날 함께 지내거나 후손들의 편의에 따라 제삿날에 가까운 주말의 별도 날을 정해 지내는 경우도 있다.

10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성 이씨 임청각 종가는 8월 15일 부모님부터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 4대의 기일 제사를 한꺼번에 지낸다. 1년 내내 제사가 끊이지 않던 이 집안은 1994년부터 ‘제사가 집안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광복절에 4대조까지 모든 제사를 모아 지내기로 뜻을 모았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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