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말은 묶어 별지로 첨부하니
조용할 때 열어보고 답신을 보내줘요
가을날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 모습으로

가슴이 떨릴 때만 연락하라 하셨으니
어제 오늘 한꺼번에 여러 장을 썼어요
물들어 붉은 노을에 낙엽 몇 잎 떨구며

때로는 의미 없이 주고받던 말을 모아
첨부한 옛날 얘긴 열지 말고 기다려요
환절기 옷을 꺼내듯 파일명을 바꿀 테니




<감상> 그리움이 넘치면 본지(本紙)가 아닌 별지(別紙)에다 중요한 말을 첨부해요. 비밀스럽게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대의 답신을 간절히 기다리지만 구름처럼 흩어져요. 한번쯤 그대가 뭉게구름처럼 황홀한 답신을 보내 줄 것만 같은데. 주체할 수 없는 떨림에 붉은 노을과 함께 여러 장의 연서를 썼어요. 옛날에 의미 없던 말들은 절대 열지 마시고, 중요한 말을 담은 파일을 열어 주세요. 이제 파일명을 바꿀 테니. 파일명은 “뭉게구름”, “붉은 노을”, “붉은 스카프”, “신라 귀고리” 로 할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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