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기본 지향점은 정권 창출이다. 정권창출이 불가능한 정당을 ‘불임정당’이라 한다. 이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희망 없는 정당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으로부터 ‘불임정당’ 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은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다. 안 원장은 출마만 하면 서울시장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 되던 상황이었다. 박 변호사는 무소속 시민후보로 민주당의 박영선의원을 꺾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20년 장기 집권론을 공공연하게 거론할 정도지만 당시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해 ‘불임정당’ 이란 말을 들었다.

‘한나라당’도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후 정권을 재창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 퇴진으로 또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해야만 했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를 ‘보수 정당’이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 괴멸’이라 할 정도로 당의 세력이 위축되고 지지도가 떨어졌다.

‘보수가 괴멸됐다’지만 경북과 대구(TK)를 여전히 ‘보수 텃밭’이라 한다. 자유한국당이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뽑는다. 자유한국당 유력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설을 앞두고 앞다퉈 TK를 찾았다. 경북과 대구는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 당 세가 강하고, 책임당원의 30% 가량이 몰려 있어서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보고 있는 TK 지역민의 마음은 왠지 달갑지 않다. 보수의 텃밭이라지만 보수를 대표하는 당의 대표를 지역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불임 TK’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TK 출신 보수당 당 대표는 2004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06년(2006~2008년)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단 두 명 뿐이다. TK는 보수당 중추 세력으로 보수정권 창출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당 대표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금 TK는 공황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TK에 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늘 있었다. 이번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에 TK 출신으로 유일하게 주호영 의원이 출마한다. 선전을 기대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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