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 비판·'집안싸움' 야당의원들 비난 목소리 가장 많아
야당답게 똘똘 뭉쳐 제대로 정부 여당과 싸워달라는 주문도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아 지역구를 둘러 본 경북·대구지역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민들로부터 “경제가 너무 어렵다.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꾸중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북미 간 ‘평화 프로세스’ 논의보다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경제 정책의 부작용으로 소상공인의 폐업이 속출하고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꺾이면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당의원들에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전국적으로 비슷하지만 특히 보수의 본산인 경북·대구지역은 경기 침체를 넘어 인사·예산 문제 등 지역 홀대론까지 확산되면서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곽대훈 의원(달서갑)은 “가는 곳마다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며 “한국당이 야당답게 제대로 해서 정부가 못하는 것은 꾸짖고 대안을 제시해서 국민이 먹고살도록 해달라”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 역시 “경제 문제가 지난해 추석보다도 더 심각하고 답답하다. 장사하는 분이나 기업들은 투자의욕이 꺾여 있는 데다 문제는 올해도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여전히 어렵다는 인식이 대다수”라며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실망감에 오는 전당대회에 한국당 새 지도부로 누가 뽑힐지,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누가 책임지고 맞서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윤재옥 의원(달서을)은 “심각한 경제 상황과 수치에 나오지 않는 많은 어려움으로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며 “일부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사건)사법부의 판결까지도 정의롭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이 너무 오만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수성을)은 “문재인 정부에 맡겨 놨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며 “특히 최저임금 문제나 52시간 노동제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어 경북·대구 정치인들이 똘똘 뭉쳐 정권을 빨리 찾아오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달성군) 역시 “IMF 때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죽을 지경이다. 도대체 이 정권이 서민경제를 이렇게 망치고도 잠이 오나?” 라는 지적과 “민생경제는 안 챙기고 북한 눈치 보고 북한에 돈을 못 퍼줘서 안달이니 정말 화난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계파 따지면서 서로 싸우지 말고 야당답게 똘똘 뭉쳐 강하게 제대로 정부 여당과 싸워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 역시 “대구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 좀 살려달라. (북한 등) 다른 곳에는 관심이 없고 사는 게 힘들다”며 “대구가 (문재인 정부) 괄시 안 받게 노력해달라”는 주문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경북지역 역시 경제가 화두였고, 결론이었다.

한국당 경북도당 위원장인 장석춘 의원(구미을)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말씀이 압도적이었고, 하이닉스반도체 구미유치를 요구하는 열망이 높았다”며 “한국당의 야당 역할 요구와 현 정부의 도덕적인 문제 및 실정을 비난하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명재 의원(포항남·울릉)은 “전통시장과 중소기업들을 둘러본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특히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여파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국가안보문제는 뒤로 밀려날 만큼 원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 최근 정부가 선정한 예타면제사업에서 제외된 영일만대교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김정재 의원(포항남) 역시 “많은 시민들이 너무 힘들다는 한숨과 짜증 섞인 화를 내는 것은 물론 ‘IMF 때보다 더 어려우니 정말 잘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포항시민들은 박명재·김정재 의원 모두에게 “‘나라가 이 지경인데 도대체 야당은 뭘 하고 있느냐’는 질책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계파 갈등을 뛰어넘어 제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라’”는 당부들을 쏟아냈다.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 은 “경기가 너무 엉망이다. 시장이 다 죽었다. 아이들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북한 퍼주기, 손혜원 의원 투기 등등 정부 정책과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았다”며 “특히 농민들은 농작물 가격 오르면 수입해서 가격 내리고, 작황 좋을 때는 가격 폭락으로 원가도 못 건지는데 농민들은 뭐 먹고 살라는 말이냐. 한국당 제발 싸우지 말고 잘 좀 해라. 뭉쳐야 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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