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다음 달 재개해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27∼28일 비핵화와 상응 조치 등을 둘러싼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김 이사장으로부터 개성공단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개성공단 재개 가능한가.


-다음 달에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하겠다’고 했다. 엄청난 이야기다. 경제·정치적 부담을 나누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앞서 남북 지도자가 4·27 판문점 선언, 9·19 공동 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밝혔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드는 첫 출입구에 개성공단 재개를 놓고 있다. 평화의 시대에 들어가는 최초의 조치다.

△비핵화 등을 둘러싼 북미협상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미국 기업들이 들어오면 사실상 물리적 전쟁은 종결되고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자국 기업이 들어간 곳을 미국이 공격하지 않는 것을 안다.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며 기업을 유치하려는 북한의 제시에 미국이 고민 중인 것은 군수 산업가들의 반대가 있다. 평화가 오면 무기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전체에 대한 제재는 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 개성공단 재개다. 북한이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 폐기, 미국의 현장시찰에 타협하고 나아가 미국의 연락사무소가 평양에 설치되는 정도로 합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기간에 개성공단 재개가 결정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가 결정되면 다른 문제는 없나.

-그동안 책임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직원들이 먼저 개성에 들어가 공단이 재개될 상황을 예측해봤다. 사전준비를 하고 준비된 기업들부터 차례로 들어오는 것인데, 시간과 물리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남측에서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에 공장설비와 자산을 담보로 입주기업에 보상해줬던 비용들이 있다. 이것을 다시 내놔야 하는데, 지난 3년 동안 많이 소모된 상황이다. 공단이 재개되면 사업자들이 공장을 가동하면서 갚아나가야 한다. 공단이 재개되면 첫 제품은 올 상반기 내에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이 가진 가치는.

-우선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합의한 경제특구다. 그런데 국민이 개성공단의 가치를 너무 모른다. 개성공단은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압축할 수 있다. 남측 자본이 들어가서 6만 명의 북한 노동자와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평화다.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고 이해하고 적대와 대립을 넘어 화해하는 평화의 공단이다. 특히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경제협력의 방식을 채택했다. 경제적인 효과도 엄청나다. 북측 노동자 임금은 2004년 기준 노동자 한 명의 한 달 평균 임금이 6만3000원이다. 2015년에는 월 15만 원이었다. 개성공단이 경제적 비교 우위에 있게 만드는 조건이다. 국내 기업이 동남아 이주 노동자 1명을 고용하는 비용으로 북측 노동자 15명을 고용한다. 북측 노동자는 이직하지 않아 모두가 숙련 노동자가 되고 고품질 제품을 구현한다. 중국에 나갔다가 고임금 때문에 U턴했던 기업도 가치를 인정한다. 언어소통이 원활하고 관세면제, 수송비용 등은 개성공단이 가진 부가가치 창출 요소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은 ‘개성공단과 비교할 수 있는 공단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 재개된다면 이후 다시 중단될 우려는 없나.

-불편한 진실이 있다. 개성공단이 정치적 외풍에 취약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바로 달성하면 멈출 일 없다. 앞서 북한은 휴전선 3∼4㎞ 내에 있던 6사단, 64기갑사단, 62포병여단 등 주력 군부대 6만여 명을 물렸다. 그리고 내놓은 땅이 6천600만㎥(2000만 평) 부지다. 북한이 당시 우리에게 요구했던 것이 남측 기업들의 조속한 입주였다. 3000여 개 기업이 개성에 들어오면 물리적으로 전쟁이 사라진다고 봤다. 그러나 입주 수준이 2∼3%에 그치면서 북한은 발전 속도가 더딘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이번에 미국 기업이 공단에 들어오면 전쟁 위기는 사라질 것이고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공단이 되면 공단이 멈출 일 없다.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경북·대구 지역 기업 비율은 얼마나 되나.

-다른 지역에 비해 경북·대구 지역 기업의 참여가 저조하다. 서울, 경기, 인천을 비롯해 부산, 경남도 꽤 되는데 경북과 대구 통틀어서 개성공단에 들어온 기업은 2개뿐이다. 이는 관심도 없고 정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대구 기업은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업종에 혁신도 없다. 한국의 근대화, 고도산업 주체였던 지역 기업들이 공단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성공단도 의류, 봉제와 같은 섬유산업이 주력이고 자동차 부품도 공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 않다.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어 동남아 진출을 고려한다면 개성공단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컨설팅과 의견을 들어보고 기회를 잡아 한다. 경북·대구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1960∼1980년대 주역으로서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재개 이후 입주 기업을 모집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개성공단에서 돈을 못 벌면 기업이 아니다’라는 것이 입주기업 사이에서 도는 말이다. 2007년에 공단에 들어간 업체들 한 해 평균 매출이 6900만 원이었다. 7년 후인 2014년에는 평균 1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업 자산도 같은 기간 평균 3억9000만 원에서 19억 원이 됐다. 공단이 전면 중단된 이후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빠짐없이 다시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그만큼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또 국내 신규 기업이 창업 후 5년간 버틸 수 있는 비율은 27%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은 생존율도 40%인데, 개성공단은 100%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개성공단과 국내의 생산효율도 비교된다. 개성에서 1억 원 상당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 등은 570만 원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남쪽에서 하면 8300만 원이 들어간다. 부가가치 창출에서 엄밀하게 보면 15배 차이다. 이런 경제적 가치를 알면 모든 기업이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관심이 없다. 각 지역 상공회의소와 은행, 지자체에 가서 최적의 업종, 투자조건, 초기 정착과정 다 설명하고 있다. 지방에서 업종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개성공단에 입성하려고 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라고 봐야하나.

-남북이 최초로 합의했던 공간 6천600만㎥(2000만 평)에 3000∼5000개의 기업이 들어설 것으로 추정했으나 지난 2016년 문을 닫을 당시 기업은 125개다. 하지만 연관 업체가 3800개, 관련 종사자 8만 명이다. 최초 계획대로 기업이 들어가면 8만 개의 협력업체와 수십만 명의 종사자가 생긴다. 일자리 확대와 창출 등 한국 경제 판세가 달라진다.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한은 경제개발구, 경제특구 등 경제전략을 바탕으로 법 제도까지 만들면서 국가 경제를 개혁하고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도 이에 발맞춰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북한은 대동강 기적을 만들면 된다.

△개성공단의 발전 방향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북측이 내놓은 부지 전체에 기업을 유치하고 공단을 넘어선 평화의 성지로 바꿀 계획이다. 남북의 사회·문화·인적교류, 경제협력 등 모든 것을 다 녹여낼 수 있다. 개성의 6천600만㎥ (2000만 평)은 50만 명이 살 수 있는 대도시다. 그곳에 세계적인 규모의 평화의 전당뿐만 아니라 세계평화기구들도 올 수 있다고 본다. 남북 역사 속에 있는 평화의 날들을 잡아서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활동가들을 불러모으고, 국제 심포지엄이나 경제를 위한 평화 프로젝트도 추진될 수 있다.

유럽, 중앙아시아, 중동에서 북한을 거쳐 남측으로 들어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개성공단은 휴전선을 포함해 남과 북을 잇는 통일 특구가 된다. 경제를 기반으로 관광까지 발전되는 것이다. 재단에서는 이곳에서 축제와 음악 공연도 할 수 있고 청년 기업가들이 모이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북이 경제적으로 번영하면 평화는 시나브로 와 있을 것이다. 전쟁을 원하는 나라는 없다. 북한도 평화를 원한다. 국민 행복이 뭐가 있겠나. 경제가 풀리고 평화가 담보되면 불안했던 섬나라 경제를 넘어설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전기는 그냥 온 것이 아니다. 한반도는 이제 분단체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 북측의 경제변화와 개성공단 재개를 계기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6천600만㎥(2000만 평)은 굉장히 넓은 땅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 약력

△1969년 3월 25일 대구 달성군 출생 △1992년 경북대학교 정치학 학사 취득 △2000년 경북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2002년 5월∼2003년 5월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2003년 5월∼2004년 12월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행정관 △2004년 12월∼2005년 5월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 △2005년 5월∼2008년 2월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2008년 2월∼2011년 7월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2014년 4월∼2016년 2월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2017년 12월∼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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