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나눠 낀다. 하나의 장르로 서로를 구속하는 일

집 안에는 피아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엄마의 애창곡을 치는 것이 화분들을 잘 자라게 만들었다.

골목은 달리고 있다. 아이들의 뜀박질로 담벼락으로 혈관으로

멀리 가면 안 된다. 엄마들은 자식을 지평선 너머로 가지 못하게 한다. 그곳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담쟁이넝쿨은 지겹게 담을 넘고 있다. 이미 해바라기는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골목은 계절마다 다른 곳에 그늘을 키웠다. 아이들은 매번 다른 부위에 상처가 나면서 피를 적게 흘리는 법을 배웠다.

애창곡은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매일 같은 선율이 흘렀다.

함께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멀리 갈 수 없다. 골목이 나를 붙잡고 있다.





<감상> 같은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죠. 멀리 달아나는 골목도 나를 붙잡고 있을 정도로. 휴대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세상에서 우리는 의사소통을 잘하려 들지 않습니다. 서로 멀리 가는 법만 배우는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그늘을 키우는 골목처럼,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들처럼. 어머니의 피아노 소리와 애창곡이 달라지지 않듯이,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합니다.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덧 소리를 보는 관음(觀音)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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