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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마침내 2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이와 더불어 말의 성찬이 시작되었다. 추측과 전망이 난무한다. 희망적 사고가 마치 실제 상황인 양 둔갑하기도 한다. 회담 결정 과정이 베일에 싸여있고, 진행되고 있는 실무 회담에 대한 정보도 철저히 통제된 결과이다.

우려되는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정 과정이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개최 33일 전에 공개된 반면 이번 정상회담은 개최국은 22일 전, 개최도시는 19일 전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실무 회담이 없이 장소와 날짜가 먼저 발표된 것은 동일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실만 갖고 판단한다면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 지난 1월 31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연설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전체의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때라고 한정”했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 포함된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상응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비핵화 조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비건을 작년 8월에 임명하고 실무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올해 1월 처음으로 스웨덴에서 협상이 이루어진 것을 볼 때 북한은 구체적 사안을 따지는 실무협상을 피하고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한 ‘통 큰 결정’을 선호함을 알 수 있다. 2월 27일까지 실무협상이 지속될 수는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선 조치를 거부하는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정상 간의 담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협상을 깨서 쏟아지는 비난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도출한 후 자신의 판단을 방어하는 편을 선택할 것이다. 지난 1차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이 넘는 기자회견 동안 미국 언론의 신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장면이 떠오른다.

우려가 기우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앞으로 2주여 남은 정상회담 준비 기간 동안 정부, 언론, 학계 모두 힘을 합쳐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한 또 한 번의 탑다운 방식의 회담이 아니라 마지막 회담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납득할 만한 회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한국과 미국 내에서는 회담 무용론이 급격히 대두될 수 있고, 미국 국내정치 일정상 2월 말에 보고되는 뮬러 특검 결과, 미중 무역 협상, 미국 대선 전초전 등을 감안할 때 비핵화 협상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

협상의 최대치를 기대하기보다는 현실성 있는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전체를 신고, 검증, 폐기하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각각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로 묶여 있는 원유와 정제유 쿼터를 늘려주는 방안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핵 관련 시설을 자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존한 상태에서 전체 시설을 신고하고, 사찰단이 들어가 시료 채취 등의 검증을 한 후 폐기하는 것이다. 석유제품의 제재 완화는 안보리 결의를 통해 가능하고, 특히 북한이 약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시금 제재를 부과하는 스냅백 조항을 포함할 수 있다. 더불어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 비건이 제시한 것처럼 일부 핵시설 폐기, 신고와 검증, 최종적인 폐기의 비핵화 순서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포함되는 시간표이다. 이에 앞서 이번에는 비핵화에 대한 최종적인 목표, 즉 비핵화의 정의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북한 비핵화는 정말 요원해질 수 있다. 온 힘을 다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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