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내륙공업단지인 구미공단은 7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낳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이다. 산업화시대의 표본이며 근대화의 상징인 내륙의 한 지방 도시가 국내 최대 수출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자산업의 메카로 잘살아보자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구미가 가진 지리적 조건 그리고 한마음으로 동참한 시민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 결과 구미는 성장시대 수출정책과 국가 근대화를 위한 지역 균형 발전을 축으로, 내륙 최대의 첨단 수출산업단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시대 화려한 영광도 옛 추억일 뿐, 현실은 거리마다 상가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SK구미유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절규에서, 도시의 암울한 그림자와 함께 공단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10년간 120조 원을 투자하는 SK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고용 창출 효과가 1만 명 이상에 달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따라서 용인, 이천, 청주 등 수도권에 근접하거나 포함된 도시와 경쟁하는 구미공단의 경우 SK하이닉스반도체 유치경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만큼 절박하다. 그동안 저임금에 기반을 둔 생산 공장의 해외이전은 공단의 위축을 가져왔고,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 균형발전을 무색하게 수도권 집중화를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수도권의 공단은 지방공단과는 비교할 바가 안 될 정도로 비대해져, 경제와 인력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블랙홀을 만들었다. 기업의 공단유치의 조건으로 등장하는 접근성과 입지의 인프라만 생각하면 수도권이 정답이다. 하지만 지방 없는 수도가 과연 존재할 수 있겠는가. 지역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에서 보는 ‘법과 제도’는 비수도권과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보루이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수도권 공장총량 제’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문제는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의 멍에로 작용할 수 있다. 자원과 인구의 집중화는 불평등을 양산하여 대한민국이 양분되어, 이대로라면 수도권공화국과 지방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구경북 상생 시민 한마음대회’에 모인 시민들의 위기의식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허울뿐인 생색내기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왜 그동안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한 블랙홀에 대해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처하였는가. 조금 더 일찍 위기의식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때를 놓치지 말라는 속담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구미유치는 지방발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며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SK하이닉스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한마음이 되고 대구와 경북이 한뜻으로 뭉쳐 지원하는 지금의 기회가 다시 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SK하이닉스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라도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지방의 소멸, 구미가 지금 그 시범 사례에 들었다.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상생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