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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앞으로 자유한국당이 갈 길이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박근혜 블랙홀’ 언저리에서 맴돌던 한국당이 이제 ‘박근혜’와 결별을 해야 될 순간을 맞고 있다. 그저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당 대표 출마자인 황교안, 오세훈 두 후보와 홍준표 전 당 대표를 향해 쏟아낸 ‘옥중 불만의 내용’이 치졸하게도 “당신네들이 나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고 따져 드는 것뿐이었다. 당 대표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후보자들에게 흠집내기 발언을 한 것은 아직도 자신이 한국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옥중 안의 책상 의자, 수인번호 등을 둘러싼 힐난 등은 5천만 국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철저히 ‘나만’을 위한 불만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민에 대한 생각이나 보수층에 대한 격려, 한국당의 진로 등에 대한 언급을 했어야 했다. 옥중에서의 불편함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2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외부에 최초로 알리는 자신의 발언에는 국민에게 사죄의 발언은 있어야 했다. 그것이 재임 중 정치적 이해관계였건, 적폐의 대상이었건 간에 도중 하차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인 것이다. 국민의 상당수는 지난 2년의 긴 세월 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져왔다. 보수 국민(유권자) 51.6%가 뽑은 대통령이 2년의 긴 세월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을 가슴 아파하지 않을 국민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번 그의 메시지에는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고 어떤 고민에 빠져 있는지에 대한 걱정과 위로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교도소에 수감된 후 처음으로 한 발언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한국당 내 친박들은 ‘인간 박근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이제 그에게 가졌던 연민의 정을 떨쳐 버릴 시점에 왔다고 본다. 자유한국당의 앞날을 위해서도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많은 보수 국민은 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라고 있다. 한국당은 곧 있을 전당대회까지 보수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치열하게 생각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한국당이 되는 길인지를 국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 대표 경선이 자칫 줄 세우기나 이전투구의 퇴행적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은 과거의 한국당과 다를 바 없다는 결론과 함께 더 이상 회생 할 수 없는 당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국민은 말은 없지만 전당대회의 과정을 결과보다 더 중히 여길 것이다. 그것은 한국당이 얼마나 쇄신이 되었는가를 평가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매겨진 점수가 내년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한국당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며칠 전 우파세력의 표를 의식한 일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같은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런 류의 자가발전 과대망상 발언이 계속되면 한국당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명확해진다. 이번 주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 28.9%에서 3.2% 떨어진 25.7%로 낮아졌다. 민주당에서 “우리는 야당 복을 타고났다”고 하는 말이 있다. 민주당이 어려운 고비 때마다 한국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을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곤궁의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해주기 때문이다.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집권세력의 폭주에 분노하고 놀라고 지친 상당수 국민은 한국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한 새 지도부의 진용을 갖춰 여권의 질주를 견제해 줄 것으로 바라고 있다. 이번 ‘박근혜 옥중 개입’이 한국당으로는 그동안 ‘도리’와 ‘배신’의 갈등 속에서 지내온 과거사를 털어내고 ‘박근혜’와 결별하는 계기가 되는 반전의 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는 27일 선출되는 한국당 새 지도부는 당내 모든 파벌 싸움을 단락짓고 내년에 있을 총선체제로 전환하여 야당다운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더 이상 한국당 내부에서 이번과 같은 ‘보수의 자해행위’가 나오질 않아야 한다. 그것이 곧 한국당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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