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 발표, 임신한 여성 20%가 경험

정부가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약 5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2년 전 조사 때보다 85% 줄어든 수치다.

또 성 경험이 있는 여성 약 10명 가운데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8년 9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1000명 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한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9764건으로 추정됐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한 건수를 토대로 1000명 당 임신중절률을 계산하고, 이를 2017년 15∼44세 여성 모집단 수(1027만9045명)에 대입해 추정한 숫자다.

이는 2005년 조사 때의 약 7분의 1, 2010년 조사 때의 3분의 1 수준이다. 과거 조사 결과를 보면 2005년 인공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34만2433건(인공임신중절률 29.8%), 2010년 16만8738건(15.8%)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인공임신중절이 감소한 원인으로 피임실천율 증가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15∼44세 여성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을 꼽았다.

실제 피임 관련 조사를 보면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2배 가량 증가했고, 경구피임약 복용 역시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반면 인공임신중절을 한 경우 적절한 피임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인공임신중절 당시 콘돔, 자궁 내 장치 등의 피임방법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과 같은 불완전한 피임방법은 47.1%, 피임하지 않은 비율(사후피임약 복용 포함)은 40.2%로 나타났다.

피임뿐 아니라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사후피임약 처방 건수는 2012년 13만8400건에서 2017년 17만8300건으로 증가했다.

가임기 여성의 수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만 15∼44세 여성 수는 2010년 1123만1003명, 2017년 1027만9045명으로 8.5% 감소했다.

인공임신중절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또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때문에‘ 1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나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9.1%, ’나 또는 파트너의 부모가 인공임신중절을 하라고 해서‘ 6.5%,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했기 때문에’ 0.9% 등의 이유가 있었다.

응답자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70320명(73%),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30792명(38%)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성 경험 여성의 10.3%, 임신 경험 여성의 19.9%를 차지했다. 임신 경험 여성 가운데 인공임신중절을 한 적이 없지만 이를 고려한 비율도 10.1%에 달했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을 보면 당시 평균연령은 29.4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고,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40∼44세 23명(3.1%), 19세 이하가 13명(1.7%) 순으로 나타났다.

혼인상태는 미혼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 별거·이혼·사별 2.2%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횟수는 1∼7회로 평균 횟수는 1.43회로 나타났다.

방법은 수술이 90.2%(682명)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수술 시기는 평균 임신 6.4주로 대부분 임신 초기였다. 약물사용도 9.8%(74명) 있었지만, 이 가운데 71.6%(53명)는 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추가로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기 임신 상황에 놓여있다”며 “성교육과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 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와 사회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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