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면 유천초등학교 졸업 '화제'

▲ 15일 오전 10시 경북 예천군 유천면 유천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김덕이(73) 할머니가 이상련 교감 선생님과 함께 졸업장을 들여다 보이고 있다.
73세 만학도 할머니가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들었다.

15일 오전 10시 경북 예천군 유천면 유천초등학교에서는 김덕이(73) 할머니가 초등 6년 졸업장을 받고는 기쁨에 연신 수줍은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1946년생인 김 할머니는 예천군 용문면 사부리에서 6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거기다 6남매 중 3명이 어릴 적 부모 곁을 떠나는 바람에 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학교를 보내기보다는 건강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김 할머니는 전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나이가 60년이나 차이가 나는 졸업생 학우들에게 “너희가 ‘할매 그러면 안 돼’ 이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같이 학교생활을 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라며 “혹시나 아이들한테 피해를 줄까 봐 걱정했는데 6년 동안 너무 고마웠다. 그동안 손자 손녀 같은 학우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즐거웠고 아이들이 불편했을 텐데도 이해해줘서 너무 고맙고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김 할머니에게 ‘할머니 사랑해요’,‘할머니 그동안 고마웠어요’,‘건강하세요’ 등의 편지를 전해주며 축하했다.

15일 예천군 유천초등학교를 졸업한 김덕이(73) 할머니가 학우들이 전해준 편지를 펼쳐보이며 즐거워 하고 있다.
김덕이 할머니와 같이 졸업한 학우들.
김 할머니는 “어릴 적 늘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으로 부끄러워했는데 이제는 행복하다”며 “할아범(김명준·85)한테 졸업장을 자랑했다”고 했다.

김명준 할아버지는 졸업식 날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와 김 할머니를 축하해줬다.

이날 김 할머니는 “옛날 양반이 돼 수줍어해서 꽃다발만 덩그러니 손에 얹어주고는 축하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은근슬쩍 할아버지를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리 양반이 경상도 과묵한 사람이다 보니 표현을 잘못해 꽃다발을 들고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지 영감이 중학교를 가야 하는데 허락을 안 해 주네 이 나이에 농사도 짓지 못하고 영감이 허락해 줄 거야”라며 해맑은 소녀 미소를 보였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