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선 설화집 ‘열선전(列仙傳)’에는 팽조(烹調)라는 이가 800년을 살았다고 했다. 팽조가 죽자 그의 아내는 매우 애통해 했다. 이웃들이 “남들은 80살까지도 살기 어려운데 그 열 배를 살다 간 남편을 두고 그렇게 애통해 하느냐.”면서 팽조의 아내를 위로했다. 팽조의 아내는 “800살이 많기는 하지만 900살 보다 적지 않느냐.”며 통곡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장수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한려수도의 높은 바위와 제주도의 정방폭포 암벽에 ‘서시과지(徐市過地)’라 새겨진 글귀가 있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씨가 다녀간 곳’이라는 뜻이다. 불로장생을 연구하던 서복(徐福)이 천하 통일을 한 진시황에게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 방장, 영주, 세 신산(神山)에 선인이 사는데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 불로초를 구하고 신선을 모셔오겠다”고 자청했다. 진시황은 기뻐하며 총각과 처녀 수천 명을 주어 불로초와 신선을 찾아오게 했다. 서복이 말한 봉래, 방장, 영주는 우리나라의 금강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부터 우리나가 장수지역으로 알려졌던 듯하다.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에는 사람이 살만한 곳을 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가 좋아야 하고, 두 번째는 생리(生利)가 좋아야 하며, 세 번째는 인심이 후해야 한다. 넷째는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지리가 좋고 생리가 빼어나고, 인심이 선량해도 가까운 곳에 소풍할 만한 산수가 없으면 정서를 화창하게 하지 못한다.” 했다.

프랑스에서 122세로 장수기록을 세운 잔 칼망 할머니는 평소 “내가 오래 산 비결은 미소”라면서 “나는 죽을 때도 웃을 것”이라 했다 한다. 올해 100세를 맞았지만 여전히 왕성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장수 비결을 “욕심 없이 사는 것”이라면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의 100년 인생을 회고하는 TV 5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소보다 더 좋은 불로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부작 첫회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는 노교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하루도 웃으며 살자.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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