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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시는 지난해 1월 시 청사 계단에 청렴 문구를 활용한 ‘청렴 계단’을 조성했다.

‘경주시의 모든 공직자는 금품 향응을 받지 않습니다’, ‘청렴한 당신이 경주의 얼굴입니다’를 비롯한 다양한 청렴 의지를 담은 문구를 시청 내 모든 계단에 설치했다. 이는 공직사회의 관행적 부패를 척결하고 청렴도 향상과 청렴의식 함양을 위해서였다. 직원들이 일상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청렴 의식을 생활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추진한 것.

이 ‘청렴 계단’에는 시청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도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청렴 시책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도 담았다.

2018년을 청렴문화 실천의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종합대책 수립과 함께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도 2017년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최하위권에 머무르자, 많은 시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으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2년 연속으로 전국평균을 밑돌며 하위권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주시의 청렴도가 수년째 전국 꼴찌에서 맴돌자, 많은 시민들이 ‘쪽 팔려서’ 못 살겠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내뱉는 상황까지 놓이게 됐다.

공직자들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불명예를 안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경주시가 그 어느 때보다 고강도 청렴 대책을 마련하고 클린 경주 실현을 천명했다.

무엇보다 주낙영 시장이 권익위의 발표를 접하자 곧바로 시민에게 깊은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것은 청렴도 향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많은 시민들이 크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 시장은 내년 청렴도 평가에서는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겠다며 해가 바뀌자마자 특단의 반부패 청렴시책을 내놨다.

먼저 공직자 부패와 비리행위 신고에 대한 핫라인으로 시장 직통 ‘청렴 콜’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내부 직원으로 보임해 왔던 감사관을 외부 전문가에 개방해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6급 팀장급 이상 전 간부에 대한 개인별 청렴도 조사결과를 인사에 반영하고, 인허가부서 2년 이상 근무자는 전원 교체하는 대책도 내놨다. 시민감사관제를 실시해서 시민 누구나가 공정하게 그리고 형평 있게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하고 강력한 고강도 청렴대책 예고에도 일부 시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청렴대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몇 년째 평가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렴도 향상을 위한 보다 강도 높은 개혁이 절실한 대목이다.

다행히 이번 대책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눈여겨 볼만한 방안들이 여럿 보여 효과를 기대해볼 만 하다.

청렴도 향상을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의식전환은 물론 시민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 공무원들의 불친절 관행으로 떨어져 버린 공무원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청렴도 상승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신뢰회복은 친절로부터 시작된다.

시민들로부터 공직자들이 신뢰를 받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면 당장에 청렴도가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매년 최하위라는 수모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청렴에 ‘다음’은 없다는 말을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이 새기면서 청렴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청렴으로 인해 ‘쪽 팔려서 못 살겠다’는 말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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