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새벽마다 도끼질을 한다

제 몸통을 쪼개 나이테가 보고 싶어지는 병이 있는 것처럼

점점 뭉툭해지는
점점 식어가는, 제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걸까

온 힘으로 밀고 오느라 다 빠져나가 버린 줄도 모르고
견뎌온 그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쪼개질수록 속살을 드러내는 나무에게서
아직 다 벗어버리지 못한 한때의 냄새가 났다

어둠을 내려치다 보면
단단한 껍질에 싸인 해가 흰 런닝에 비쳐
그의 창을 흔들어 깨우면

그는 / 무엇이 되고 싶다는 병을 앓기도 하겠지
더 이상 무엇이 되어서는 안 되는 줄 모르지 않으면서,
다시 / 두려움의 냄새를 찾아내겠지





<감상> 장작을 쪼개 본 사람이면 안다. 냄새와 향기를 간직하는 게 나이테의 힘이라는 것을. 그 나이테가 보고 싶어 장작을 쪼갠다는 것을. 삶의 나이테는 식어가던 욕망과 벗어버리지 못한 집착을 다 끌어안고 있다. 이 단단한 껍질을 내려치다보면 잠시나마 무명(無明)을 벗어날 수 있겠지. 이 순간만큼은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끼가 내 머리와 발등을 내려치고, 폐부를 찌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과 무엇이 되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허공에다 도끼를 높이 쳐든다. 이 사이에서 두려움의 냄새를 맡으면서 오늘도 도끼질을 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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