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한동대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교수 겸 디자인연구소장

▲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진구 한동대 교수.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디자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꾸다.”

쇠퇴한 포항 구도심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조성 중인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예술인들의 다양한 꿈이 꿈틀대는 거리’는 뜻의‘꿈틀로’로 명명하고, 자전거 톱니바퀴를 감각적 소재로 활용해 ‘은하수’ 등 도시 외관을 아름답게 수놓는 많은 작품을 그가 이끄는 한동대 디자인연구소와 함께 만들었다.

또 기존 딱딱하고 엄숙한 공권력 상징인 파출소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밤새 시민 안전을 지킨다’는 의미로 출입구에 다가서기 쉽게 친근감 있는 부엉이캐릭터를 만든 포항 중앙동 ‘부엉이 파출소’ 등 지역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해안 마을인 포항 여남끝마을 바닷가 흔하게 널려 있는 테트라포드. 여기에는 노랑·분홍·파란색을 칠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꿈을 상징하는 낭만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포항의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극찬을 권명광 홍익대 전 총장으로부터 받았다.

이진구 한동대학교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교수 겸 디자인연구소장 이야기다.

그는 또 포항 ‘방장산 터널’과 동해면 금광리(金光里)의 ‘노다지 마을’, 여남끝마을 ‘꿈꾸길·생각하길·상상하길’ 등 인문학적 감성이 녹아든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도 했다. 특히 현재는 포항초등학교 인근 골목길 벽화 작업과 브랜드 네임인 ‘나룻터길’(안심하길·소망하길·추억하길·어린 떠돌이의 길)조성에도 나서 도시에 새로운 활력과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포항뿐만 아니라 영덕 강구초등학교 인근 나비산길 낙후 지역 간판 정비도 돕고, 달산면 지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관성 있게‘달’과 ‘산’을 활용한 디자인도 하는 등 지역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자(Why not change the world?)는 모토를 갖고 있는 한동대. 개교 초기부터 디자인학부 교수를 맡은 그는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자’(Why not change the world by Design 혹은 Why not change the Design)을 추구한다고 했다.

평창 알펜시아와 세종시 도시디자인 전반 자문·심의와 국가상징디자인연구협회 회장, 예술의 전당 전문위원 등도 맡고 있거나 역임한 그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람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꿈을 말했다.

IF 디자인어워드 수상 인증마크.
△한동대 디자인연구소, 설머리물회마을 공공디자인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 중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

이 교수가 이끄는 디자인연구소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C.I. 브랜딩 지역재생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부문’에서 최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공공마을 재생프로젝트 ‘설머리 물회마을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및 공공디자인’을 통해서다.
설머리물회마을 조형사인물. 바람과 돛을 형상화 했다.
물회 횟집이 밀집한 특성에 맞게 물고기 머리 모양을 ‘회’자 글자로 형상화한 로고를 디자인하고, 설머리물회마을 글자를 배열해 물고기 모양으로도 디자인했다.

또 바닷바람과 돛을 형상화한 조형물 ‘바람결’도 만들었다.

영일만 넓은 바다를 품고 있는 빼어난 경치를 가리지 않은 투명 재질에 횟집 위치만 간단히 점과 선으로 표시한 지도 간판도 주변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다.
‘회’를 이용해 물고기 머리 형상을, 설머리물회마을 글자를 배열해 물고기 모양을 만들었다.
이 공공마을재생프로젝트는 지역 특성을 콘텐츠화하고 스토리텔링을 접목, 뛰어난 디자인으로 풀어낸 우수 공공디자인이라는 심사위원단 극찬을 받고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가 소장인 한동대 디자인연구소는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와 연계된 대학 연구소다. 전반적인 디자인 연구 수행 뿐만 아니라 디자인 사회·지역 문제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 공공서비스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자’라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설머리물회마을 지도. 영일만 바다를 가리지 않기 위해 투명 재질에 횟집과 길을 점과 선으로 최소한 만 표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과 경쟁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감성’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과의 경쟁에서 인간이 이길 수 있는지 질문에 “해답은 ‘감성(感性)’이다 ”고 했다.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만든 자료, 경험, 과학 등이 조합된 최대치. 따라서 AI가 예측·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육감(六感)과 인문학, 직관·통찰이며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도 이를 바탕으로 해야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직관을 통한 통찰력 △상상력이 기반한 창의력 △영혼이 있는 감성△ 인공지능에는 없는 정(情), 이 4가지가 AI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팁(TIP)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하고 흔한 ‘또 하나의’ 존재나 디자인이 아닌 ‘유일한’ 차별적 디자인과 개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혜를 바탕으로 한 창의력을 가꿔가야 한다고 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뒤집어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말한 “창의력이란 결국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았거나 경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창의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말했다.

△제자가 바라본 이진구, “생각하는 힘과 아이디어 내는 재미를 가르쳐 준 스승…다양한 각도로 사물을 보게 하고 영역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 키워줘 감사”

그의 제자인 글로벌 마케팅 광고 대행사 한국 법인인 하바스 코리아 이우석 Executive Creative Director(ECD·상무·97학번)는 “교수님께 ‘생각을 하는 힘이 중요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 상무는 “틀에 박히지 않고 영역의 파괴, 제품이나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역발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가르쳐 주셔서 혜택을 많이 봤다”며 “지금도 아이디어 회의 등 사회생활과 일에 학교 경험이 큰 힘이 돼 생명력을 얻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선후배 간 교류를 통해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 또한 교수님의 가르침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6년께 창설된 한동대 디자인학부는 출발부터가 파격과 역발상이었다. 신입생 전원을 무전공·무학부로 선발하는 한동대는 통상 예체능 계열 성격이 짙은 디자인학부를 ‘실기를 안보고 뽑아서 디자인을 가르치겠다’는 인문·자연 계열 헤쳐모여 식 혁신적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우석 상무를 비롯해 배출된 수 많은 인재들이 유수의 광고·디자인·기획 등 다양한 분양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동대는 최근 CADI(Convergence Art & Design International)에서 박현주 학생이 ‘IN a DREAM’을 출품해 대상인 GRAND PRIX을 수상하고, 다른 학생들도 금·은·동상도 대거 받는 등 그 성과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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