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17년간 산모들 타 지역 원정출산 등 불편 '나 몰라라'"
의료원 "분만실·조리원 운영 정해진 것 없어…추후 입장 표명"

김천에서 하나뿐인 김천 제일병원 산후조리원이 계속된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고 분만실 시한부 운영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인 경상북도 김천의료원이 김천 산모들의 불편을 ‘나 몰라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천시, 김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김천시의 1년 신생아 출생 수는 1100여 명이지만, 이 중 550명의 산모는 원정출산, 800여 명의 산모는 다른 지역에서 산후 조리를 해 왔다. (2016년 기준)

김천의료원은 17년 전인 2002년 분만실을 폐쇄해 김천 산모들은 그동안 민간 병원인 김천제일병원 분만실(1998년)과 제일병원 산후조리원(2012년)을 이용해 왔다.

당시 분만실 폐쇄 이유로 전·현직 김천의료원장은 경북도의회 상임위 및 행정사무감사에서 예산과 능력부족, 적자 등을 꼽았지만, 지난해 열린 경북도의회 제2차 정례회 예결특위에서 이원경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원이 분만 산부인과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북도 산하 공공의료원의 공공성 문제는 그동안 경북도의회의 단골 지적 메뉴였다.

지난 2013년 김천의료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황이주 의원(새누리당·울진군)은 분만실 폐쇄에 관해 “말로는 공공의료 부분을 책임지겠다 하면서 결국은 경영수익, 실적주의 때문에 수익을 좇느라고 사실은 공공성을 뒷전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도에서 지원해 주는 도립병원은 공공성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장 후보자 인사검증위원회에서도 이춘우 의원(자유한국당·영천시)은 “ 공공 의료기관에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예산이 많이 들고 수익창출이 많이 안 된다고 해서(필요한 시설을 운영 안 할 수 있느냐)”라며 “인구감소, 저출산 시대에 공공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역할이 산부인과나 분만실”이라고 말했다.

김천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1월 이미 분만실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경북도의회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 소속 배영애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김천시)은 “김천에서는 개인병원(산후조리원)에 지원금을 주는 문제로 다툼이 있다”며“개인병원에 돈을 보조해주는 것보다 김천의료원에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들을 해서 분만실을 만드는 게 더 적합하다”고 분만실 설치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박판수 경북도의원(무소속·김천시)이 지난 11일 제306회 경상북도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공익성을 가진 공공의료원이 적자를 이유로 분만실 운영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천의료원 분만실과 산후조리원 설치를 촉구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9년 2월 현재 경북도에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할 수 없는 지역이 영천과 상주 등 여덟 곳으로 영양과 군위 등 여섯 곳은 분만조차 할 수 없다.

박 의원은 “김천에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던 김천제일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말 산후조리원을 폐원했고 분만실마저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경북도가 출자한 김천·포항·안동의료원 등 3개 의료원 모두 산부인과는 있으나 분만실과 분만 전문의사도 없는 등 공익성을 가진 공공의료원에서 적자를 이유로 분만실 운영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 14만 명의 도시에 신생아가 태어나도 받을 병원이 없게 돼 김천 산모들은 인근 구미·대구지역으로 원정출산을 떠나야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긴박한 산모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천의료원 관계자는 “분만실과 산후조리원 운영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공공성 부족 지적도 마찬가지로 추후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해 12월 산후조리원을 폐쇄한 김천제일병원은 김천의료원에 분만실이 갖춰지면 분만실 운영도 중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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