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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난해 3월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최초로 로봇이 출연하는 오페라 ‘완벽한 로봇 디바’ <에버>를 선보였다. 이 공연은 인간 성악가와의 노래 대결에서 승리하는 로봇 가수 <에버>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엮은 주크박스 형태의 오페라이다. <에버>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만든 여성형 로봇으로 키 168cm에 길고 검은 머리카락과 갸름한 미인형 얼굴을 하고 있다.

로봇이 이제는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독일을 중심으로 예술 영역에 로봇이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례들은 빈번해지고 있다. 지휘하는 로봇 팔, 작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면의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 국내의 한 시립교향악단이 같은 주제를 두고 인간 작곡가와 컴퓨터에게 작곡을 의뢰하여 두 곡을 함께 연주한 적이 있었으며 많은 관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산업혁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촉발되었던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한 기계화 혁명이었다면 2차 산업혁명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인 1914년 헨리포드가 자동차 공장에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한 것처럼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혁명이었다. 이에 반해 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이라 명명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식정보 혁명이고, 4차 산업혁명은 IOT, CPS,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만물 초지능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1, 2차 산업혁명이 하드웨어적 물건 생산방식의 변화였다면 3,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보화 혁명이다. 3차, 4차 산업혁명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소통’일 것이다. 다만 3차 산업혁명에 인터넷을 통한 인간 사이의 소통이 중요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인간들 간의 소통뿐 아니라 인간이 물건에게 말을 걸고 물건이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더 나아가 물건끼리의 다양한 소통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와 개혁, 그에 동반될지 모르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문화예술을 통한 접근이라 생각한다. 이에 4차 산업혁명 시기를 살아갈 우리 미래 세대들이 종합예술 오페라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선도적 감성과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난해 ‘로봇 오페라’를 기획하게 되었다. 다가올 4월에도 로봇과의 소통을 보여주는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무대에 올려 오페라 공연을 통한 문화 혁명을 시도하려 한다.

문화예술을 기획하고 경영하는 필자가 이러한 공연들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대결구도를 그리려는 것은 아니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는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 사이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다원화 시대를 지나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인간을 넘어 기계와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수치와 연산으로 소통하는 기계와 정보를 받아들여 정서로 순화시켜 소통하는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진정한 소통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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