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여자들이 김맬 때 쓰는 도구이지만 만든 것은 대장장이니까 남자들의 작품일터이나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유려한 선과, 팔과 손아귀의 힘을 낭비 없이 날 끝으로 모으는 기능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이다. 호미질을 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새롭게 감탄하곤 한다. 호미질은 김을 맬 때 기능적일 뿐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흙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가 박완서의 산문집 ‘호미’의 ‘호미예찬’ 일부분이다.

박완서가 예찬한 ‘호미’가 미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서 잘 팔린다고 한다. 아마존은 “다재다능한 이 도구로 당신의 정원을 쉽게 가꿔요. 땅을 파거나 흙을 평평하게 고를 때, 잡초를 제거할 때 쓸 수 있어요. 동양에서 사용하는 이 특이한 도구는 모종삽이자 제초기이며, 수확 도구이기도 합니다. 채소나 꽃을 키우는 원예에도 적합합니다”라고 호미를 소개했다. 이렇게 아마존에서 소개한 ‘영주대장간 호미(Youngju Daejanggan ho-mi)’ 가 인기다. 지난해 원예 용품 부문 톱 10에 오르며 2000개 이상 팔렸다. 아마존에서는 국내에서 4000원 정도인 호미가 ‘혁명적 원예 용품’이라며 14.95~25달러(1만6000원~2만8000원)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영주 호미를 만드는 대장장이는 지난해 경북도가 선정한 ‘최고 장인’ 5명 가운데 한 명인 석노기씨(66)다. 석씨는 그가 만든 호미가 아마존에서 인기라는 말에 “아마존이 뭔지는 몰라도 3년 전만 해도 열댓 개 보내던 호미가 작년엔 2000개 이상 나갔네요” 했다. 24살 때부터 대장간에서 무쇠를 다뤄 온 석씨는 세계인이 실력을 알아줘서 반세기 대장장이 인생이 뿌듯하다고 했다.

호미는 유튜브를 통해 5~6년 전부터 해외에 사용법이 소개됐다. 해외의 한 농부가 원예작업을 하면서 호미로 땅을 파고 흙을 고르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소설가 박완서의 예찬에서처럼 호미는 손에 착 달라붙는 데다 직선과 곡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조형미까지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 국제적 선풍이 불 것 같다. 글 쓸 때 쓰는 만년필처럼 농부가 아니어도 호작호작 아파트 화단 가꾸기 호미 하나 애장할 만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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