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창조적 행위 토대 구현에 최선"

▲ 차재근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도시의 구성원은 인간이다. 도시의 쇠락과 영원은 구성원의 역할 완성도에 좌우된다.

그 역할은 건전한 미래지향적인 생각들이 모여서 이뤄진다. 성취된 삶들이 문화가 된다.

문화의 꽃은 한 철 피어났다가 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문화가 영원으로 향하기 위해서 리더가 필요하다. 그래서 도시는 늘 메시아를 기다린다. 그가 도시의 문화 갈증 해결사로 등장하길 고대한다.

철강 이후의 문화도시를 꿈꾸는 경북 포항시는 2년여를 기다려왔다. 마침내 메시아가 강림했다. 드디어, 포항이 제대로 된 문화 리더를 만났다.

‘문화 DNA’가 가득한 차재근(59) 초대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만나 포항 문화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물어봤다.

△초대 대표이사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았다. 포부는.

-실핏줄이 건강해야 나무가 튼튼한 것처럼, 지역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전통적 지방주의, 변증법적 지역주의를 넘어 이제 비판적 지역주의로 들어섰다. 지역은 중앙에 분권의 권리로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겠지만, 종속이 아닌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에 기반을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이다. 이제 포항은 포항 to 로컬, 포항 to 글로벌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 대부분의 문화정책 영역에 관계해 왔다. 정책과 집행, 이론과 현장, 국내외 네트워크 등 제 영역에서 쌓아온 경험과 성과를 포항에 모두 쏟아 붓겠다.

△포항의 문화적 특수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 ‘서사’, ‘철’을 주목하고 있다. 물은 생명의 시작인 동시에 영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지구의 70%는 물이다. 포항은 바다와 강, 아름다운 해안선과 영일만을 안고 있기에 워터 프론트가 매우 매력적인 도시이다. 더욱이 포항운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문화 콘텐츠로 깊은 관심이 있으며, 운하가 포항의 새로운 성장 재료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오랑세오녀 설화 등 포항의 서사가 가진 여러 가치 중, 교류의 가치는 해양문화를 지탱하는 시작점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철의 도시를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산업 혹은 소재로서의 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철에 담긴 서사와 무늬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장소에 담긴 흔적을 터무니, 사람으로부터 쌓여온 흔적을 사람의 무늬라 하고 이를 인문으로 통칭한다. 철광석을 다루어 쇳덩어리를 만든다. 철광석이 시민이라면 쇠는 예술가이다. 프로슈머(창의 시민의비자) 창의 시민의 관점은 세계적인 문화트렌드로 성장했다. 시민의 문화적 삶 속에서 성장하는 예술 선순환 구조의 가치를 품고 있다. 철을 만들기 위해선 고로(용광로)가 있어야 하는데, 용광로는 뜨거운 열정의 폭발과 분출을 상징한다. 이는 곧 청년문화와 해양문화를 상징한다. 철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니지만, 혼·합금을 통해 전혀 새로운 소재의 철로 변화되며 그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가진 문화 다양성과 교류 그리고 혼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철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질 뿐만 아니라, 용도를 다한 쇳덩어리는 새로운 철로 다시 만들어진다. 여기에 지진(재난)과 산업적 위기를 극복하고 쇠퇴한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키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시민중심 재단이라는 것은 두 가지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먼저 협치, 거버넌스 등 과정의 주체로서의 시민이다.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그 틀을 만들어 가겠다. 다른 하나는 행위 주체로서의 시민이다. 이미 세계적인 문화향유의 트렌드는 앨빈 토플러가 예견한 대로 프로슈머 문화시민의 시대로 들어섰다. 시민은 스스로 창조하고 소비한다. 지역 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촉진하기도 하며 일부는 예술가로 성장한다. 시민중심이란 과정과 행위의 주체로의 시민을 인식하고 이를 문화도시의 근간으로 삼자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알리거나 성공시키고 싶은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연히 법정 문화도시 본 지정이다. 올해 1년 동안의 예비사업의 성패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승돼 온 지역 문화자산을 공연예술콘텐츠로 제작하기 위한 마중물 토대를 만들었다. 가족 국악뮤지컬 ‘강치전’과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주제로 한 전통무용 ‘SUN & MOON’을 제작하기 위한 국비를 확보했다. 시놉시스를 들여다보았는데 강치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 포항지역에서 출토된 암각화 기획전을 통해 OSMU 콘텐츠 발굴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국립경주박물관과 추진하고 있다.

업무보고 시 매우 아쉬웠던 부분은 문화예술교육과 순수예술진흥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마도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를 잇는 지역 문화 분권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포항 나름의 지원체계는 만들어져야 한다. 대안을 만들겠다.

△올해 축제준비는 어떻게 돼가나.

- 축제는 기원(제의), 공동체, 행위주체로의 시민, 일탈, 콘텐츠 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재단이 주관하는 모든 축제에 이러한 축제의 5대 요소를 담은 개선안 마련을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 아쉽게도 불빛축제가 상반기로 일정이 잡혀 올해는 변화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불빛 콘텐츠의 영역을 다양하게 적용한 실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일월 문화제는 앞서 언급한 포항지역 암각화 특별전을 개막프로그램으로써 귀비고에서 시작하며, 시 전역으로 프로그램의 집중과 분산을 통해 균형 있게 구성하고, made in pohang 지역 문화콘텐츠인 ‘선 앤 문’을 폐막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포항시만의 독보적 문화 콘텐츠를 개발·육성이 필요하다

-매우 공감한다. 전승돼 오는 문화유산은 대부분 창조적 행위의 결과물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은 자본재 중 가장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지역과 자손 대대로 먹거리 자산이 되는 동시에 문화원형으로서 문화 다양성의 근간이 되고 씨앗으로 남는다. 우리가 문화, 예술을 공공재로 여겨 지원 육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기 동안 그 토대를 만들고 싶다. 예술적 창작 콘텐츠뿐만 아니라, 포항의 미래성장재, 관광자산, 창조계급의 유입과 양성 등 입체적 관점으로 포항만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

구체적으로는 운하 등 워터프론트를 활용한 문화 공영개발 방식의 문화적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어 청년이 떠나지 않는, 모여드는 콘텐츠 구상을 준비 중이다.

폭죽(불꽃) 중심의 축제는 자본의 지배를 유난히 심하게 받는다. 바꾸어 말하면 거대도시의 유사콘텐츠를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불빛축제의 새로운 콘텐츠 영역을 발굴하겠다. 그 대안으로 미디어파사드와 시민참여 콘텐츠로서의 불빛 활용 방안을 만들어 가겠다.

이를 위해 올해 세계 최고의 미디어파사드 그룹인 독일 ‘어번스크린’ 기술진을 초청한 워크숍을 진행할 것이다. 거리예술축제를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퍼레이드페스티발로 성장시키겠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활용하고 동해안별신굿이 가진 장단과 몸짓을 콘텐츠화하고, 세계의 가마와 마리오네트를 결합하겠다. 이를 위해 유럽 마리오네트 기업을 초청, 지역대학과 협업연구와 프로젝트 추진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법정문화도시와 떨어져 있어선 안 된다. 문화도시 조성계획은 포항 문화도시 비전의 초기 5년 동안의 토대 다지기이다. 그래서 포항의 미래 먹거리인 콘텐츠 발굴 육성을 위한 문화도시의 역할과 기능은 중차대하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화적 도시재생의 세계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한 요즘의 평가가 매우 냉소적이다. 빌바오 시민들의 무관심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도시 안의 섬으로 치부된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미술관의 이탈이 주된 원인이다. 또 과정과 행위의 주체로서의 시민의 역할과 참여가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포항이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시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수반돼야 한다. 세상에 문화 불모지는 없다. 더더욱 포항은 문화 불모지가 아니다. 시민의 삶의 구체적인 현상에 가치를 발견해 내고, 생각과 의식 속에 인문성을 부여해 나가는 것이 곧 문화시민이다.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