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만 위한 예타면제냐"…적정성 여부 따져야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도.
정부가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명분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일부가 지자체 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는 등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2019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총 23건 24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돼 사업계획이 구체화해 신속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선정했다고 발표한 이번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사업은 SOC(사회간접자본)사업에 20조5000억 원, 연구개발(R&D)사업 3조6000억 원, SOC사업에는 지역사업을 뒷받침 할 도로나 철도인프라 확충에 5조7000억 원, 전국의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에 10조9000억 원,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에 4조원 등이 투입된다.

이중 광역 교통·물류 망 구축사업 중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이 4조7000억 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단일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고, 2016년 제3차 계획에도 반영되는 등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인정해왔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대한 지나친 경제성 논리로 2014년부터 진행된 국가재정사업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후 2017년 5월에 민간이 제안한 사업계획의 민자적격성조사에도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경제성(B/C) 0.72, 종합평가(AHP) 0.429] 사업 포기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중 국가균형발전 기반구축사업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기반, 전략산업 등 공공투자프로젝트 가운데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사업은 연내 예타 조사를 면제한다는 결정으로 청신호 켜졌고, 같은 해 1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도청을 방문해 ‘남부내륙철도를 예타 면제로 곧 결정할 계획’이라고 직접 밝히면서 예타 면제사업에 포함됐다.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은 김천~거제 간 총 181.6km 구간에 4조744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데 김천과 진주는 기존 역사를 활용하고 구간 내에 합천·통영·고성·거제에 4개의 역사를 신설하며, 역사간 거리가 가장 긴 김천↔합천 구간 내인 성주지역에 1개의 신호장을 설치하는 단선전철로서 앞으로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고 등 행정적 절차를 진행한 후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통해 오는 2022년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에 발표된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의 내용은 지난 2017년 기획재정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남부내륙선 철도건설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 일부 노선과 사업비만 약간 수정되고 그대로 인용됐고, 여기서도 김천에서 거제까지 총 9개의 시·군(김천→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을 통과하는 총 길이 172.38km의 단선철도로서 구간 내 6개의 정거장(김천과 진주는 기존 역사를 이용하고 합천·고성·통영·거제에 정거장 신설)과 1개의 신호장(성주)을 설치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이 수도권과 남부내륙지역을 직접 연계하는 철도서비스 제공으로 남부내륙 지역의 접근성 개선과 남해안 선벨트 문화·관광 활성화 및 지역연계 협력발전으로 사업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최소화하는 노선계획 수립과 효율적인 운행계획 수립 및 운영비를 최적화하기 위해 전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한다고 보고됐다.

특히, 고속화 철도임을 감안해 적정 역간 거리와 주변 연계성을 감안하고 도심지 근접과 타 교통과의 연계가 용이한 지역에 정거장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된 정거장간의 거리가 김천↔합천 65km, 합천↔진주 50.55km, 진주↔고성 28.74km, 고성↔통영 14.8km, 통영↔거제 12.8km로 진주에서 종착역인 거제까지 56.34km에 3개의 정거장이 신설되는 반면 가장 긴 구간인 김천에서 진주까지 115.55km에는 1개의 정거장과 신호장만 설치하는 걸로 발표되어 적정 연간거리를 비롯하여 고속철도의 본래 기능 발휘와 접근성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모호한 기준의 역간 거리 발표에 따라 성주군의 경우 사드 피해 등의 성주민심을 고려해 신호장 설치 예정지역인 가천면(김천에서 25km 지점)에 역사유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합천과 진주 사이에 있는 의령군 또한 고성·통영·거제의 역 간 거리를 들어 합천에서 23km 지점인 의령지역에도 역이 들어설 타당성은 충분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고성과 통영 간의 역사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등 향후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013년 발표한 ‘철도역간 이격거리 적정화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평균 역간 거리가 46km로 선진국 역간 거리 78.5km의 59%에 불과하다.

또한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1990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천안·아산역↔오송역 28.7km, 신경주역↔울산역이 29.6km 떨어져 있는 등 오송, 김천·구미, 신경주, 울산역 등 다수의 역 신설로 인해 역간 거리 단축으로 운행속도가 저하되고 추가역사 신설에 따른 건설비(약 5000억 원)와 운영비가 대폭 증가했고, 운행시간도 22분 지연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역간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최고 운행속도, 표정속도와 수요, 사업비 기준으로 ‘57.1km’가 가장 적합한 적정 역간 거리로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건설 단계에서 논란이 돼온 철도역의 설치 위치 등에 대해 노선별로 적정한 역간 거리를 제시함으로써 향후 철도 건설시 역 신설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해 역 신설과 관련된 소모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경제적이고 쾌적한 철도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놓았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의 경우에도 주변 철도와 도로를 통한 접근성, 이용객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이용성, 대중교통 연계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철도서비스 낙후지역인 남부내륙지역에 모처럼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균형발전과 함께 지역에 고루 혜택이 미칠 수 있도록 기본계획과 실시설계 시 ‘합리적인 노선 조정과 적정한 역간 거리를 안배한 정거장 설치’가 반드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각처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제도란
정부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하는 제도이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500억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이상인 각종 분야의 사업을 대상으로 예산낭비 방지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 타당성 검증·평가 제도로서 평가항목은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등으로 구성되며, 이중 경제성 분석은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이 1보다 클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정책성 분석은 관련된 정책의 일관성과 사업준비 정도, 사업추진 상의 위험요인 등을 평가한다.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지역낙후도 개선, 지역경제에의 파급효과, 고용유발 효과 등 지역개발에 미치는 요인을 평가하게 되는데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해당사업은 ‘타당성조사→설계→보상→착공’순으로 추진된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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