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연설회 마다 돌출행동…김진태 치켜세우며 '세 과시'
당 우경화 부채질도 우려도

자유한국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 권역별 합동연설회 행사마다 몰려다니며 욕설과 함성을 질러대는 ‘태극기 부대’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으로 2번의 합동연설회(대전, 대구)을 보면 대부분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연설회장에 대거 참석해 욕설과 고성 등으로 전대 분위기를 흐리고 일방적으로 김 후보만을 지켜 세우는‘세 과시형’의 낡은 정치행태로 정당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대선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패배하면서 일부 극단적 지지층 결집에만 매진한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현상은 극단의 표심을 노린 일부 당권주자의 부추김에 영향받아 당의 우경화 우려를 부채질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태극기 부대는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지난 18일 TK(대구·경북)지역 연설회에서도 수 백명 이상이 운집해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각 후보 캠프에서도 이를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원인 이상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막을 방법이 없는 데다, 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할 극성 지지세력을 내칠 수도 없기 때문에 당 지도부로서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동원된 청중들이 야유하는 것은 자제요구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선관위가 자제시키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며 태극기 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을 피했다.

이와 관련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 측은 태극기 부대의 행태를 우려하면서도 정치적 셈법에 따라 대응 수위를 고심 중이다.

황교안 후보는 “전당대회라는 집안 잔치에 온 사람들인데 박대할 수는 없지만, 직접 응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 개혁보수 주자로 ‘박근혜 극복’ 카드를 들고나온 오세훈 후보는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의 행동이 어떨지 일부 예상은 했지만 지금의 행태는 안하무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을 초래한 김진태 후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구·경북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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