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식 경상북도의회 의장
2020년은 경북의 대표 항구인 포항항, 구룡포항, 감포항, 울릉 도동항이 개항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개항 100주년을 기뻐하고 자랑할 법도 하지만, 일제수탈을 위한 조선총독부령에 의한 강제 개항이라는 치욕의 역사, 그리고 침체된 동해안 경제권의 녹록지 않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마음 한켠은 씁쓸하다.

천혜의 동해바다는 예로부터 고래, 오징어, 대게, 명태 등이 넘치는 풍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근대적 어업기술과 장비로 무장한 일제에 의해 무분별한 자원약탈로 유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어진 일제 강점과 남북분단이라는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내고야 말았다. 우리의 동해바다는 사람과 돈이 모이는 수출주도 성장의 전진기지로 변화하였다. 동해안에는 제철소와 조선소, 석유화학공장, 원자력 발전소 등이 건설되었고 그 기술력과 생산력은 세계 최고수준이 되었다. 특히 갈대 무성한 갯벌 위에 포스코가 설립된 이후 포항은 ‘영일만 기적’을 일으켰으며 지금은 영일만항을 필두로 환동해는 물론 북방교류협력의 전진기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안타까운 이면도 있다. 수도권 집중현상과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지방소멸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9일 정부는 24조1000억 원에 이르는 총 23개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사업으로 확정 발표했다. 경북도는 동해안고속도로건설사업과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포항∼동해)사업 등 3개 사업을 예타면제 대상사업으로 신청했으나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사업만 단선으로 축소되어 선정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표가 아쉽다 못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지역의 숙원사업이자 지역경제 회생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해의 새로운 100년 미래를 담보할 북방교류협력 선점과 북방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포항 영일만항은 러시아를 연결하는 환동해 물류와 관광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였기에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크다. 그러나 낙담하고 있을 수는 없다. 향후 기재부의 ‘총사업비 변경’승인을 요청하고 5년마다 변경되는 고속도로 건설관리계획에 이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 역역량을 어떻게든 모아 나가야 한다.

기원전 동서양의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준 실크로드로 우리 한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듯 이제 경북 동해안을 달리는 아시안 하이웨이 6번 노선을 통해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로 뻗어 나가도록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책무이다. 또한 동해안 고속철도를 건설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 원산-나진을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까지 국경과 국경을 넘어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동해의 가능성을 열어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북방해상로도 적극 개척해 나가야 한다. 동해바다가 북극항로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경북발전에 절호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 컨테이너 항만 가운데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작점인 블라디보스토크와 가장 가까운 곳은 포항 영일만항이다. 향후 북극지역에서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북극항로의 국제적 이용확대와 물동량 증가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북이 가진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이점을 살려 항로를 다변화하고 기항지를 증대해 영일신항만을 적도지역과 북극지역을 연결하는 거점항만으로 육성해 환동해 북방물류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죽으면서까지 동해의 용이 되어 왜구를 무찌르고 바다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강한 의지와 독도를 우리 영토에 편입시킨 신라 이사부장군의 해양개척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위기극복을 위해 지역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수탈과 질곡의 과거 100년을 거울삼아 미래 100년을 감동과 상상의 동해바다로 만들어 재도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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