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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오는 27일과 28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스몰딜(핵 동결)이냐 빅딜(완전한 비핵화)이냐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의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스몰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북핵의 비핵화를 희망하지만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빅딜’이 불투명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이 있기 6시간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8일에도 문 대통령은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 남북 간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쉽게 금강산 관광이 먼저 시작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노이에서의 비핵화 협상이 테이블에 오르기도 전에 트럼프는 ‘스몰딜’을 얘기하고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을 거론하고 있어 자칫 핵 동결과 경협을 맞바꾸는 협상안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외신들은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빅딜’의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를 간파한 문 대통령이 비용까지 부담하겠다며 남북 경협에 대한 ‘원 포인트 제재 완화’를 요청했으나 트럼프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하노이 회담에 대한 한·미 정상 간에 인식 차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트럼프의 연이은 비핵화에 대한 회견 내용은 스몰딜에 대한 우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서두르지 않겠다. 단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 발언을 두고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는 것이 사실상 백악관 측의 이번 회담의 최종 목표라는 의미가 함축된 것”이라고 논평을 했었다. 이 말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의 위험만 제거되어 미국 안보의 안전망만 구축되면 사실상 북한의 핵 동결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를 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어놓고 있다.

미국의 이런 정책 변화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아베 일본 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노벨평화상 추천 사건에서 읽을 수가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백악관 측이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도록 추천을 해 달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베 총리가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을 했었다”고 시인했었다. 일본의 언론들은 트럼프가 북핵을 이용해 노벨상을 타는데 꽂혀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는 논조와 함께 과연 트럼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느냐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추천했다고 보내온 서한을 공개하면서 “일본 영공으로 (북한) 미사일이 지나갔고 경보가 발령됐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이제 갑자기 일본인들은 기분이 좋고 안전하다고 느낀다. 내가 그걸 해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나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을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들을 미루어 보면 트럼프의 비핵화 정책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토록 하는 것이 사실상 최종 목표라는 뜻으로 읽을 수가 있다. 북한의 핵 실험이 동결된다면 기존에 개발한 핵으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 있는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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