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보도관행 수용하며 정상국가 지향…김정은 ‘열린 마인드’도 작용한 듯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오전 6시 5분께 김정은 위원장이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인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더욱이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 열차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 4장과 함께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 소식을 대내외에 밝혔다.
북한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도 이날 오전 9시 10분께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출발하는 영상을 2분 40초 분량으로 방영했다.
이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 출발 시간은 오후 4시 32분으로, 평양역의 천장에 달린 시계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전날 오후 보도로 김 위원장의 열차 편 출발 소식이 대외에 공개되긴 했지만, 북한 내부에도 전부 알린 것이다.
물론 북한 매체가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출발과 동시에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동안 북한의 보도 태도와 비교된다.
열차 편으로 출발한 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 장장 4천500㎞의 먼 길을 달려야 하고 무려 60시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상당히 신속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김 위원장이 열차로 베트남에 도착하려면 무려 이틀이나 남아있음에도 과감하게 사전 보도를 한 셈이다.
앞서 작년 1차 북미정상회담 때에는 김 위원장이 6월 10일 항공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한 소식을 다음 날 싱가포르 도착 소식과 함께 내보냈다.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 항공편으로 불과 7시간이라는 짧은 거리여서 출발과 도착 기사를 동시에 내보낸 것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본원칙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공식활동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 보도한다는 원칙이었다면,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일정이 끝나기 전에도 전하면서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 매체들의 변화는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최우선 원칙과 김 위원장의 장기간 공백에도 불구하고 내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국제사회의 주목이 쏠리는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다른 나라 정상외교의 일반적 관행과 국제사회의 보도 관행을 따라가려는 김 위원장의 정상국가 지향 의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4월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때 공식 일정에 없었던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관람으로 당시 현장을 찾은 남측 취재진의 취재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기자실을 찾아 사죄와 양해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하노이에 도착하기까지 외신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실시간 움직임이 알려질 게 뻔한 데 굳이 침묵하며 낡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연출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문물을 익힌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으로 김정은 정권의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열린 마인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