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세상을 개탄하며, 세속을 비웃는 태도는 반드시 청년들의 반역성을 조성한다”고 중국 작가 임어당이 말했다. 최근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5060세대에게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 험악한 댓글 달지 말고 아세안이나 인도에 가야 한다”고 현실 인식이 부족한 가벼운 입을 놀렸다가 퇴출됐다. 노인들은 임어당의 말처럼 살아온 경험에 비춰 세상을 개탄하거나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롱펠로가 100살이 돼서도 정열적인 시를 끊임없이 발표하자 이에 감탄한 청년이 물었다. “선생님은 노인이신데도 어떻게 그처럼 시를 잘 쓰십니까?” 그러자 롱펠로는 “저 나무처럼 양분을 잘 섭취하면 저렇게 푸르게 자라 열매가 맺는단다.”라고 했다. 이처럼 노인에 대한 견해는 상반된다. 청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롱펠로의 말처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시인들이 있다. 지난달 경북 칠곡의 권연이 외 91명의 할머니가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를 냈다. 이번에 나온 시집은 지난 2015년에 낸 첫 시집 ‘시가 뭐고?’, 2016년 시집 ‘콩은 쪼매 심고 놀지머’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이달에는 또 김천의 이길자 할머니가 동시집 ‘나무 그늘을 파는 새’를 냈다. 이길자 시인도 2010년 첫 시집 ‘홍매화 입술’를 비롯해 3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동시집도 내는 기염을 토했다.

칠곡의 할머니들은 영화배우가 되기도 했다.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이번 주 수요일(27일) 개봉한다. 촬영에만 2년 6개월이 걸린 이 영화는 PD 출신 김재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과 할머니들이 3년간 동고동락하며 만들어낸 감동적인 스토리라고 한다.

노인은 험구(險口)의 추방 대상이 아니라 순박하고 아름다운 시심(詩心)을 가진 시인들이다. 페르시아 속담처럼 ‘훌륭한 노인은 앙금을 제거한 좋은 포도주’와 같다. 노인을 잉여 인간취급할 것이 아니라 고령 사회에 맞춰 제도를 바꾸고 포용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번 주엔 ‘칠곡 가시나들’ 보러 가야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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