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포에니전쟁은 로마와 카르타고가 시칠리아의 영유를 놓고 벌인 전쟁이다. 충성도가 높은 시민병 위주의 로마군은 용병 위주의 카르타고군을 압도, 연전연승 시칠리아 섬 절반 이상을 점령했다. 시칠리아를 잃으면 자국 경제의 반 토막이 날아가는 카르타고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텼다. 새로 카르타고군 사령관에 임명된 한니발의 아버지 하밀카르는 로마군 배후를 습격하는 게릴라전으로 지구전을 펼쳤다. 그 때문에 20년이 지나도록 전쟁은 끝날 줄 몰랐다.

고대의 전쟁은 대개 1년 안에 끝나는데 이렇게 장기전이 될 줄은 양측 모두 상상도 못했다. 길어봐야 2~3년 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세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로마는 카르타고가 먼저 강화를 청해 오기를 기다렸으나 카르타고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르타고는 오랜 게릴라전에 시달린 로마가 강화의 손길을 뻗어 오길 기다렸다. 오래 끄는 전쟁으로 재정이 바닥난 양측은 모두 당황했다. 국고에는 동전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양국은 재정 고갈에 대한 대책 마련에 올인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달랐다.

서양 경제개념을 가진 로마는 국채를 발행키로 했으나 동양의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카르타고는 국채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증세를 선택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카르타고는 증세정책이 시행되자 곳곳에서 조세저항의 반란이 일어났다. 세련된 약탈에 가까운 국채를 시행한 로마는 국채라는 이름을 붙인 종이 쪽지를 내밀고 금과 은을 강탈하다시피 거둬갔지만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채 매각 대금으로 로마는 200척이 넘는 대함대를 재건, 전세를 가다듬었다. 조세반란으로 증세에 실패한 카르타고는 전비를 마련 못 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로마에 강화를 요청, 제1차 포에니전쟁은 로마의 승리로 끝났다. 결국 포에니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은 세금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증세로 거둔 세금 54조 원을 퍼붓고도 최악의 고용참사를 몰고 온 것은 모든 것을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세금 만능주의가 화근이다. 세금에 의존하다 전쟁을 망친 카르타고를 되돌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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