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인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종종 현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제작된다. 영화 ‘인사이더’나 ‘실크우드’가 좋은 예다. ‘인사이더’는 미국의 거대 담배회사 브라운&윌리엄스의 비리를 폭로한 제프리 위건드 박사의 내부고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위건드는 회사가 인체에 치명적인 암모니아 화합물을 담배에 넣는 것을 알고 이를 저지하려다 해고됐다. 위건드는 CBS방송사로 찾아가 회사가 10여 년 간 화합물의 중독성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CBS 경영진은 PD에게 압력을 가해 폭로 인터뷰를 송출하지 못하게 한다. 위건드는 심지어 회사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는다.

메릴스트립 주연의 ‘실크우드’도 비슷한 구조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 크레센트 시에서 한 여성이 자동차를 몰고 가다 지하 수로에 빠져 사망했다. 사망자는 플루토늄 원료 공장에서 일하던 캐런 실크우드였다. 경찰은 졸음운전 사고로 처리했지만 많은 의문점이 드러났다. 실크우드가 회사의 허술한 안전조치 때문에 많은 동료 직원들이 방사능에 노출된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 했다. 동료들은 실크우드가 언론에 넘기려던 관련 서류들이 사고 차량에서 한 장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타살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영화 ‘실크우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촉구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내부고발자를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뜨겁다. 정부에서 일하며 얻은 정보를 폭로한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공익 신고자인가, 공무상 비밀 누설자인가 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법원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은 “김 전 수사관이 개인정보보호법 침해와 관련해 공익신고를 했고,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신고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법적으로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제보자를 ‘미꾸라지’, ‘범법자’라 했는데 주무부처 장이 ‘공익신고자’로 판단한 것이다. 권익위는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330개 공공기관의 야당 성향 임원 조사를 시킨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 된다”며 공익신고라 했다. 훗날 ‘휘슬 블로어 김태우’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질 지도 모르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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