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고 싶지 않구나
생각하고 싶지도 않구나
그래도 악몽은 발뒤꿈치 들고
어둠보다 재빨리 와서 잠을 방해하는 구나

전쟁은 공포스러웠어
밤은 더 무서웠어

달이 피를 흘리는 걸 보았니
달빛이 핏줄기로 쏟아지는 것을 본 적 있니
나의 달은 낮이고 밤이고 피를 흘렸어
눈물 대신 피가 흘렀고
콧물 대신 피가 흘렀어
아랫도리도 피가 흘렀어

소리친다고?
소리치면 누가 와서 말려 줄 수 있어?

엄마는 너무 멀리 있고
나의 나라는 이름조차 빼앗겨
내가 어디서 죽어가는지도 몰랐어

전쟁 괴물들만 득실거렸어
발목이 수십 수백 명의 감시줄에 걸려
그 욕된 막사를 도망치지 못했어

전쟁이 끝나도 머릿속이 지워지지 않았어





<감상> 일제가 저지른 만행은 과거가 아니다. 상처받은 사람에겐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아직도 달빛이 피를 흘리고 산천이 통곡하고 있다. 과거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냉철한 반성이 없다면 과거의 역사는 되풀이 되고 만다. 공존을 위해서 위안부 할머니께 일본은 진정한 사과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 구태의연한 민족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진정한 독립이기 때문에 싸워야 하는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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