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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달구벌 대구는 고대부터 조성된 고을로 종교도시다. 옛날 건들 바위 네거리가 냇물이 흐르는 들판이다. 선조님이 촛불 켜고 기도하던 토속신앙 원조 건들바위는 대구시 기념물 되었다. 지금도 봉산육거리~남구청 대로에는 바람이 세다. 건들바위 네거리 길목에 서 있는 바위 센 바람에 건들거린다고 건들바위라는 유래가 있다.

주변에 절, 불교회관, 원불교당, 성당, 개신교 장로교 성결교 안식교회 하느님 교회까지 망라한 종교 천국이다. 보살, 무당, 신수와 사주. 점 보는 집도 있는 첨단시대에 아이러니한 곳이다. 조상대부터 장독에 정한 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토테미즘 믿음이 후손에도 남아있어 온갖 신들이 있다 없다 하면서 내가 사는 건들바위 일대는 명당 터라고 자화자찬하니 행복하다.

지상철 남산역에 내려 백 년의 향수길 따라 오르면 언덕이 남산정상 성모당이다. 동촌 대구공항을 지나 동쪽 끝 산마루가 대구와 경산의 경계 팔공산 자락 불교 성지 갓바위다. 기도하고 등산하는 명소로 영육 간 안식을 준다. 시가지 중심의 대구시 문화제 성모당, 성령이 가득한 성직자 묘역과 함께 백 년 된 나무숲에 둘러싸여 살아있는 힐링천국의 가톨릭 성지이자 시민 휴식처이다.

산길을 걷고 나무계단을 돌고 돌아 마음먹어야 올라가는 갓바위 정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면 푸른 숲속 바위섬이 갓바위다. 주변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와도 야호! 하면 혼난다. 낮은 도심의 성모당! 높은 외각에 갓바위! 정말 신이 준 특별한 선물이다.

남산의 성모당, 팔공산 갓바위, 신자이든 아니든 기도하고 마음 달래러 많이 오간다. 정성 드려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단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여 기도하고 절하며 고개 숙이는 모습 모두 천사다.

가족과 집안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묵상도 명상도 생각도 듬뿍 한다. 주위에 아픈 사람 쾌유를 위하고, 수험생에게는 진학을, 공시생에게는 신의 직장 합격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보통사람들 장사가 잘 되는 소망의 보따리를 풀어헤친다.

백세시대 어디 가나 노인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여야 산다. 오늘도 성모당에 걷고 기도하러 집을 나서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 오고 가며 만난다. 신천에 산책 오는 형제분, 탁구장 헬스장 다녀오는 젊은 이웃. 친구 만나 참새 되어 재잘거리면 스트레스 날아가 속이 후련하다는 자매님 눈인사.

귀찮다고 눕고 벽보고 집안에 뒹굴면 우울증 만든다.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 자신 건강관리 알아서 척척 하자, 우리나라도 이웃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최장수국가로 지구촌의 선망의 대상이다, 병원에 가면 운동 하라는 말 숨 쉬듯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기도하고 산책하러 나서자. 성모당도 좋고 갓 바위도 좋다.

성모당은 노약자도 많다 시내에 있고 낮은 언덕이기에 장애인도 오르내리기 좋다. 갓바위는 산이 높아 오르내리면 근육운동으로 딱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싹이 움튼다. 춥고 덥지도 않은 춘삼월 꽃피고 새우는 호시절 기도와 산책 두 마리 토끼 잡으러 나서자. 눈뜨고 눈감아도 기도는 일상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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