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4일로 예정된 개학을 무기한 연기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유총이 소속 유치원의 1533곳이 개학 연기에 참여할 것이며 폐원투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참여 유치원이 190곳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보육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 높다.

경북도·대구시교육청도 3일 오후 홈페이지에 개학 연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경북 46곳, 대구 58곳의 유치원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경북도교육청은 긴급돌봄서비스체제에 들어갔고, 대구에서는 개학 연기 의사를 밝힌 유치원들도 자체 돌봄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해 그나마 학부모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돌봄 서비스가 가동된다고 해서 유치원 운영 정상화를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와 한유총이 유치원 개학에 당면해서도 문제를 풀지 못해 애꿎은 유아와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특히 맞벌이 부모는 애를 태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른바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치원에서 받은 개학 연기 안내 문자를 공유하며 어떻게 대응할 지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유총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과 회계비리 시 형사처분 등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인 ‘유치원 3법’ 철회,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누리과정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유총은 그동안 거부해온 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하겠다면서도 유치원 3법에는 반대하고 있다. 유치원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한유총의 유치원 용지와 건물 등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사용·수익·처분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유총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개학일을 맞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유총은 유아교육법에 개학일이 명시돼 있지 않아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개학 연기는 사실상 집단휴원이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이 본업인 교육기관이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쓴다면 결국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이 드러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81%가 유치원 3법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는가. 집단휴원을 철회하고 정부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정부 책임도 크다. 한유총의 집단행동에 대해 ‘불법행위 엄단’이라며 윽박지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한편 일선 교육청은 긴급 돌봄체제의 원활한 가동으로 보육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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