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로 산책 주민·관광객 눈살…지역 관광산업 걸림돌 우려
한국경제연, 다양한 기능 갖춘 중저가형 관광호텔 필요 예상

포항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호텔들의 사업부지가 수년째 빈 땅으로 방치돼 흉물화되고 있다.

‘머물고 싶은 해양관광 도시 포항’을 찾은 방문객이 ‘머물 곳’이 마땅찮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짓기로 예정된 한 호텔 건립 예정부지는 허허벌판으로 남겨져 있다. 지하 4층, 지상 20층 규모의 호텔을 짓기 위해 사업주 측은 지난 2016년 8월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2017년 2월 착공했으나 아무런 진전 없이 2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사업부지를 둘러쌓고 있는 펜스도 부분부분 망가져 있는 등 관리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심각하다.

포항시민 최 모(38· 항구동)씨는 “가족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해안로를 따라 산책을 나갈 때마다 사업부지를 보게 된다”며 “저녁에는 인적도 드물어 더욱 을씨년스럽고 무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영일대해수욕장 바로 옆에 위치한 송도해변 앞 호텔 사업부지도 3년 동안 방치돼 폐허로 남아있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송도해변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 포항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올 하반기에는 도심 재생도 추진될 것으로 예정되는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업주는 지난 2016년 3월 건축 허가를 받은 뒤 자금난 등의 이유로 착공이 수차례 연기했고 최근 부지의 일부를 공매로 넘긴 것으로 확인돼 실질적인 개발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잇따른 호텔사업 좌초가 포항이 새로운 먹거리로 개발 중인 관광산업을 가로막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역 특성을 살린 중저가 호텔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관광시설 수급의 문제점과 정책 방안’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숙박시설은 호텔(75.8%)이 가장 많았고 유스호스텔·게스트하우스·여관·모텔(13.4%), 친척·지인의 집(5.8%) 등 대부분이 호텔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또 외래관광객들은 1일 숙박요금으로 평균 21만8310원을 지출했으나, 13만8649원을 적정 숙박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포항지역 숙박업소는 대부분 모텔이며 가격대 또한 15∼30만원 대(주말 기준)로 매우 높고, 대실업과 호텔업을 겸하고 있어 관광호텔로서의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들어서게 될 해상케이블카와 영일만 크루즈 등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유입될 방문객들이 선호할 만한 숙소가 부족할 것으로 보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중저가형 관광호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대사회에서의 호텔은 숙박, 식사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 외에도 국제회의, 연회, 엔터테인먼트 등 지역사회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지역 명소의 기능까지 담당한다”며 “각각의 기능을 갖춘 중저가 호텔들이 모여 인수·합병을 위한 공공·민간 합동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이비스, 토요코인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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