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에 설치·운영 근거만 제시 견제 장치 전무
인사청문회도 법적 구속력 없어…법령 보완 등 시급

지방자치시대 이후 전국 지방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지방공기업 및 출연·출자기관을 쏟아내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견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9조(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범위) 2항의 2에 따르면 지방단체장은 주민 복지증진 등을 지방공기업의 설치 및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러나 지방공기업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근거만 제시해 놓았을 뿐 지방자치법 어느 곳에도 지방단체장의 지방공기업의 장 임면권을 견제할 장치는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이들 지방공기업의 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인사’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해당 지방단체 또는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임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포항시의 경우 최근 포항청소년재단 상임감사·포항테크노파크 원장·포항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선임을 두고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집행부의 의도대로 임명됐다.

특히 지자체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설치된 의회마저도 유독 지방공기업 등의 대표 선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견제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지자체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 자체가 없는 상태다.

이처럼 견제장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전북도의회·광주광역시·경북도의회 등이 지방 공기업 사장·출자 또는 출연기관의 장 선임 시 인사검증을 위한 조례를 의결하거나 발의했지만 대법원은 모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판결을 내렸으며, 경북도의회는 자체 유보시켰다.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진 주 근거는 지방자치법 제22조(조례) 규정과 제105조(지방단체장의 직원에 대한 임면권 ) 규정이다.

제22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또 제105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고 법령과 조례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 교육훈련 복무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같은 법 제9조의 사무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제105조의 임면권을 갖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법상 제9조 지방단체 사무 범위와 제22조 조례 제정에 대해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규정조차 없을 만큼 무소불위의 규정이 되고 있다.

결국 서울·대구·경북 등 전국 10개 광역단체 집행부와 의회가 협약체결의 방법으로 지방공기업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 데도 지방자치제도 출범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해 줄 법령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이다.

국회는 이 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해 2월 전현희 의원이 지방의회법안, 황주홍 의원이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2017년), 김광수 의원 등이 지방공기업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놓았지만 유야무야다.

결국 국회가 지방공기업 등의 장 임명과 관련 끊임없는 논란을 빚고 있음에도 아예 손을 놓아버리면서 지방단체장들의 ‘낙하산 인사’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뒤 25년간 전국의 지방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지방공기업 또는 출자·출연기관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러한 시대상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국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비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조속히 정비, 지방의회가 이를 견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북도에는 현재 경북도개발공사·경북도관광공사 등 지방공사 2곳, 도내 지자체 중 청송사과유통공사·영양고추유통공사·청도공영사업공사 등 지방공사 3곳과 포항시시설관리공단·경주시시설관리공단·안동시시설관리공단·구미시설관리공단·문경관광진흥공단 등 지방공단 4곳이 운영 중이다. 이외에 포항테크노파크·포항문화재단·포항청소년재단 등 지자체 출연·출자기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 해당 법령 정비가 절실하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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