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회전문 인사가 논란이지만 지방 자치단체장의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 인사 전횡이 심각한 문제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나 국회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지방공기업과 출자 출연기관장 인사 전횡을 막을 법령 마련이나 견제 장치를 시급히 해야 한다.

산업화 이후 곡절 끝에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어진 지방선거로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권한도 커졌다. 전국 지방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지방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을 만들어 각종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기관들의 장은 그 기관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람들이 임명되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부실을 키워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공기관장 자리가 고위 퇴직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의 노후 보장 자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법에는 지방단체장이 주민 복지증진을 위해 지방공기업의 설치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러나 지방공기업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근거만 제시해 놓았을 뿐 지방자치법 어느 곳에도 지방단체장의 지방공기업 장 임면권을 견제할 조항을 찾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방공기업의 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인사’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기업의 장 자리는 결국 해당 지방자치단체 또는 단체장의 ‘마음대로’인 것이 현실이다.

경북 포항시의 경우 최근 포항청소년재단 상임감사·포항테크노파크 원장·포항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선임을 두고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집행부의 의도대로 임명됐다. 경북도의 경북관광공사 사장 또한 전문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집행부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견제는 의회가 할 수 있다지만 의회마저도 지방공기업 등의 대표 선임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지자체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 자체가 없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전북도의회·광주광역시·경북도의회 등이 지방 공기업 사장·출자 또는 출연기관의 장 선임 시 인사검증을 위한 조례를 의결하거나 발의했지만 대법원은 모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판결을 내렸다. 이 때문에 경북도의회는 자체 유보시킨 상태다. 지방자치단체가 사무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장의 임면권을 갖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경북·대구 등 전국 10개 광역단체 집행부와 의회가 어정쩡한 협약체결의 방법으로 지방공기업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인사청문회로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인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이 같은 시비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조속히 정비, 지방의회가 이를 견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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